[허허실실] 전화는 두렵고, 문자는 편하다콜포비아 시대의 젊은 소통법

최근 언론에는 이력서의 휴대폰 연락처란에 자기 폰 번호 대신 핸드폰 기종을 쓴게 알려졌다.

장난인가, 진심인가 헷갈릴 수 있지만 이건 명백한 신호다.
소통 방식이 바뀌었다는 신호.


그들은 전화보다 문자에 익숙하고,
대면보다 비대면에 편안함을 느끼며,
말보다 타이핑에 자신이 있다.

‘전화 받는 게 두렵다’,
‘상대 목소리가 부담된다’,
이른바 콜포비아(전화 공포증)라는 말이
이제는 흔한 현상이 되었다.


무엇이 그들을 ‘전화 공포’에 빠뜨렸을까?

첫째, 즉각적 반응에 대한 부담.
전화는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단박에 대답해야 하고, 실시간으로 감정을 노출해야 한다.
하지만 문자와 메신저는 다르다.
답변을 준비할 시간이 있고,
감정을 감출 여유도 있다.


둘째, 소통 방식의 변천.
과거엔 소통이 단선형(1:1 구두 소통)이었다면,
지금은 다중형(멀티 플랫폼, 메시지 기반 소통)이다.
젊은 세대는 언어보다 이모지에 익숙하고,
표현보다 공유에 능하다.

말하는 법은 잊었지만, 보내는 법은 통달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현상을
단순히 소통 단절의 문제로 볼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소통 질서의 탄생으로 볼 것인가?


진짜 문제는 소통의 방식이 바뀐 것이 아니라,
소통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는 점
이다.
‘편한 소통’만을 추구하는 순간,
‘깊은 소통’은 멀어진다.

빠른 답장은 쉬워도,
진짜 마음을 전하는 말 한마디는 어려워졌다.


콜포비아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다.
관계의 두려움, 대면의 불안,
그리고 속도에 밀려난 진심의 부재

만들어낸 시대의 자화상이다.


소통은 방식보다 의지의 문제다.
전화가 두렵다면, 편지를 쓰면 되고,
말이 불편하면, 마음을 건네면 된다.

중요한 건 연결의 진심이다.


침묵은 연결을 끊고,
말은 연결을 잇는다.

그리고 어떤 말은,
직접 해야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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