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것들이 진짜처럼 느껴진다.
매일 마주 보는 얼굴, 자주 들리는 목소리, 눈앞에 놓인 정보들.
이것들이 우리에게 ‘이게 전부야’라고 말한다.
하지만 가까움이 곧 본질은 아니다.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우리는 눈에 띄는 것만 생각하고, 가까운 것만 믿는다”고 했다.
이를 ‘가용성 휴리스틱’이라 부른다.
쉽게 떠오르는 정보가 진실처럼 느껴지는 심리.
뉴스에서 반복되는 장면이 사실의 전부처럼 다가오고,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의 말이 진리처럼 들리는 이유다.
그러나 그건 진실이 아니라, 익숙함의 착각일 수도 있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본질은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가 본질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종종 침묵 속에서, 사물의 기능 너머에서 조용히 숨쉰다.
나무의 본질은 나뭇잎이 아니라,
그 뿌리가 어디로 퍼져 있는가일지도 모른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곁에 있다고, 자주 웃는다고, 쉽게 말 건넨다고
그 사람의 본질을 안다고 믿는 순간,
우리는 놓친다.
그가 무엇을 말하지 않았는지를.
사랑도 그렇다.
곁에 있는 사람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당신을 기억해주는 사람이
당신에게 더 본질적일 수 있다.
언제든 통화할 수 있는 친구보다,
당신의 고요함을 오래 바라봐주는 친구가
더 깊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
우리는 자꾸 가까운 것을 사랑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만 믿는다.
하지만 본질은 늘 조금 멀리 있다.
속도보다 깊이, 접근보다 관찰이 필요하다.
진짜는 눈에 띄지 않으며,
진실은 속삭인다, 결코 소리치지 않는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