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정을 터뜨리는 연습만 배웠다. 그 다음은 누가 가르쳐주나감정은 폭풍이 아니다, 바람이다

그날도 그는 화가 나 있었다.
택배가 늦게 왔고,
상사가 엉뚱한 지시를 했으며,
아내는 말을 입을 닫았다.

“왜 이렇게 나를 무시하지?”
그는 말했다. 아니, 소리쳤다.
그러나 곁에 있던 아이가 묻는다.
“아빠, 진짜로 화난 건 그 일 때문이야?”

그 질문은 날카롭다.
우리가 화를 내는 이유는 종종
지금 눈앞의 사건이 아니라
그날 아침의 피로,
그 전날의 모욕,
그 이전 삶의 상처들 때문이다.

사람들은 종종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라’고 한다.
억누르지 말라고. 솔직하라고.
하지만 우리는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거의 배우지 못했다.
감정은 미덕도 아니고, 흉도 아니다.
그저 반응일 뿐이다.
문제는, 그 반응에 ‘권한’을 넘길 때 생긴다.

생각이 아닌 감정이 문제를 대신 처리할 때
우리는 흔들린다. 때로 부서진다.

철학자 스토아는 말한다.
“사건 그 자체는 우리를 괴롭히지 않는다.
그에 대한 ‘해석’이 우리를 괴롭힐 뿐이다.”

화가 났는가?
잠시 그 감정을 ‘보류’해보라.
판단을 5초만 유예해보라.
그 사이에 생각이 들어올 공간이 생긴다.

그 공간에서 질문하라.
“이 문제는 진짜 감정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인가?”
“지금 내 반응은 이성적인가, 혹은 습관적인가?”

감정은 폭풍이 아니다.
바람이다.
문제는 바람이 불 때
돛을 내릴 줄 모르는 항해자다.

감정이 밀려오면
감정을 없애려 애쓰지 말고
그 바람의 방향을 읽어야 한다.
그 안에 문제의 본질이 숨어 있다.

모든 문제엔 해결책이 있다.
그 해결책은 대개 감정의 반대편에 있다.
화난다고 관계가 회복되지 않으며,
불안하다고 미래가 통제되지 않는다.
감정은 인식의 문을 여는 열쇠일 뿐,
그 방 안의 설계도는 이성의 몫이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왜 이토록 감정을 과대평가하게 되었는가.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해”라는 문장이
왜 명언처럼 통용되는가.

감정은 우리가 감당해야 할 것이지,
우리를 끌고 다니게 해서는 안 된다.

당신도 한 번쯤 물어보라.
오늘 내 감정은, 내 삶을 어디로 이끌고 있는가?
이 감정은 지금 필요한가,
아니면 단지 익숙한 반응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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