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은 언제나 먼저 도착한다.
불편함이, 서운함이, 혹은 화가
입보다 앞서 가슴까지 몰려온다.
그럴 때 말은 칼이 되기 쉬운 도구다.
날이 선 감정은 언어를 빌려
서로를 찌르기 가장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다르다.
감정을 그대로 흘려보내기보다
한 번쯤은 말로 걸러낸다.
불편함을 꾸밈없이 말하되,
그 언어가 또 다른 불편이 되지 않도록 조율한다.
그건 타인을 위한 기술이기도 하지만,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말로 감정을 조절한다는 건
억누른다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감정이 지나치게 앞서가지 않도록
말이라는 그릇에 담아 천천히 건네는 일이다.
거칠지 않게, 그러나 비겁하지도 않게.
이야기하되, 상처내지 않게.
우리는 흔히 솔직함을 미덕처럼 말하지만
모든 솔직함이 다 정당하지는 않다.
감정의 무게를 오롯이 남에게 넘기는 말,
그건 솔직함보다 투사에 가깝다.
사려 깊은 말에는
잠시 멈춘 숨, 짧은 망설임,
그리고 상대를 향한 최소한의 예의가 있다.
그 모든 것을 지나 나온 문장은
비로소 마음을 건너갈 수 있다.
감정은 곧바로 던지면 돌이 되고,
한 번 걸러내면 문장이 된다.
말은 결국, 마음을 사람에게 건네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