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삼우(歲寒三友)” ― 추운 겨울에도 변하지 않는 세 가지 벗, 곧 소나무·대나무·매화를 뜻한다. 이 말은 송대 문인 소식(蘇軾)의 글과 그림에서 널리 쓰였고, 원래는 《논어(論語)》 「자한(子罕)」편의 구절에 그 맥락이 닿아 있다. 공자는 “歲寒, 然後知松柏之後凋也(추운 겨울이 되어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고 했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야 비로소 누가 끝까지 푸른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겨울 산길을 걸으면 그 말이 실감 난다. 낙엽은 이미 바람에 쓸려가고, 들녘의 풀은 서릿발에 눌려 고개를 떨군다. 그러나 소나무는 여전히 푸르고, 대나무는 꺾이지 않으며, 매화는 눈 속에서도 꽃을 피운다. 세한삼우란, 바로 이 고요한 풍경에서 건져 올린 비유다. 힘겨운 계절일수록 진짜 벗과 진짜 가치는 드러난다.
인생도 계절과 닮아 있다. 봄과 여름에는 곁에 사람이 많다. 웃음과 향연, 손 내미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추위가 몰려오면 달라진다. 이익과 명성이 사라진 자리, 고난과 침묵의 계절 속에서 끝까지 곁을 지키는 이는 드물다. 그때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것이 곧 당신의 ‘삼우’다.
세한삼우는 단순히 벗의 덕목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곧 인간의 태도다.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푸름을 지키는 소나무처럼, 유연하면서도 꺾이지 않는 대나무처럼, 혹한 속에서도 꽃을 피우는 매화처럼 살아가라는 가르침이다. 세상은 늘 따뜻하지 않다. 겨울 같은 순간이 반드시 온다. 그때 당신은 어떤 빛깔로 남을 것인가?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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