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함께 하다 보면, 구조의 힘보다 관계의 습성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장면을 자주 마주한다. 특히 가족이나 친인척이 함께 있는 조직에서 그 경향은 더 두드러진다. 겉으로는 ‘책임은 아버지가 진다’, ‘대표는 삼촌이다’고 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아들이, 그 조카가 최종 결정을 내리고, 실행의 손발까지 통제하려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문제는 이들이 실무를 맡으면서도 권한의 선을 넘는다는 데 있다. 정해진 구조와 질서를 따르지 않고, ‘내가 이 집안사람이니까’, ‘대표님의 의중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라는 식의 암묵적 자격을 내세운다. 그렇게 되면 회의는 무력해지고, 전략은 왜곡되며, 현장의 흐름은 흐트러진다. 결국 책임의 주체는 모호해지고, 결과에 대해선 서로가 핑계를 돌리게 된다.
이런 구조의 조직과 회사와는 함께 일하면 안된다.
반드시 대표가 ‘실행의 주체’로 나서거나, 실행권을 위임받은 실무자가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갖고 있어야 한다.
가족이라는 관계로 무임승차한 실무자는, 결국 팀 전체를 리스크에 빠뜨리는 ‘암초’가 된다.
비단 가족뿐만 아니다.
결정권자의 옆에 금전적 이익을 취하려 하는 자나 사적 이해관계자가 붙어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공식 직함도 없이, 자문도 컨설팅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서 일의 흐름에 개입한다. 때로는 그 조직의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는 직원일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의 개입은 대부분 ‘자기 이익 보호’에 집중된다.
이들에 의해 정보는 왜곡된다.
상황은 유리하게 편집된다.
의사결정은 정황에 휘둘린다.
자신의 금전적 이해관계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담당자의 말이 삭제되고, 때로는 진짜 전문가의 조언이 묻힌다.
그렇게 만들어진 결정은, 견고하지 않다.
기초가 뒤틀린 구조물은 언젠가 무너진다.
아무리 멋진 외장재를 붙여도, 콘크리트 속 철근이 부식되면 전체가 무너지는 법이다.
나는 경험으로 안다.
이런 경우, 여지없이 프로젝트는 망한다.
조직이 성공하려면, 단 하나만 분명하면 된다.
결정권과 실행책임이 일치되어야 한다.
중간에 어떤 ‘사람’이 있든, ‘관계’가 있든, ‘이해’가 얽혀 있든, 그 모든 건 구조의 바깥에 있어야 한다.
조직이란 기계는 사람을 위해 설계되지만,
한 사람이 모든 축을 잡으면 결국 기계는 사람을 망가뜨린다.
가장 위험한 프로젝트는 권한과 책임의 경계가 흐릿한 구조에서 시작된다.
친인척 실무자, 이해관계자의 개입은 결정권의 질서를 흐리고, 결과를 뒤흔든다.
결정과 실행이 하나로 정리되지 않으면, 조직은 흔들리고, 사업은 무너진다.
당신이 신뢰할 것은 ‘관계’가 아니라 ‘구조’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할까요?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