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결의 혁신인가, 착취의 시스템인가
플랫폼은 세상을 편리하게 바꾸었다. 클릭 한 번으로 택시를 부르고, 음식을 주문하며, 물건을 다음 날 아침 문 앞에서 만난다. 우리는 이제 플랫폼 없이 살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편리함 뒤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비가시적 노동’과 ‘데이터 독점’, 그리고 새로운 불평등이 자리 잡고 있다. 플랫폼 경제는 혁신인가, 아니면 디지털 봉건제로의 회귀인가? 우버, 배달의민족, 쿠팡은 우리에게 이 물음을 던진다.
플랫폼의 명(明): 연결이 만든 기회
플랫폼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기술로 해소하며 새로운 경제 영역을 창출했다. 우버는 전통 택시 시스템의 비효율을 해결했고, 배달의민족은 외식업에 디지털 유통의 새로운 시장을 열었으며, 쿠팡은 물류 혁신을 통해 소비자 경험을 혁명적으로 개선했다. 플랫폼의 핵심 가치는 ‘비효율 제거’와 ‘접근성 확대’에 있다. 또한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로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노동의 진입 장벽을 낮추었다.
플랫폼의 암(暗): 권력 집중과 구조적 착취
하지만 이 시스템은 상생보다는 독점과 불균형의 길로 빠르게 진화했다.
- 불공정 수수료와 노동의 불안정성
배달의민족의 수수료 정책 변경은 수많은 자영업자의 반발을 불렀고, 배달 라이더들은 시간당 수십 건의 배달에도 안정적 소득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내몰렸다.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자들은 ‘로켓배송’이라는 편리함 뒤에 숨겨진 과로와 고강도 업무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다. - 우버 사태와 고용의 해체
우버는 전통적인 고용 관계를 회피하면서도, 드라이버에게 사실상 회사 소속과 유사한 통제를 가했다. 이 구조는 ‘플랫폼 종속형 자영업자’라는 새로운 불안정 노동층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비정형 고용’은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기업은 비용을 절감하는 착취적 구조로 비판받았다. - 데이터 독점과 가격 결정권의 상실
플랫폼은 모든 거래 데이터를 수집해 가격, 수수료, 광고 노출을 결정하는 절대 권력을 가진다. 이로 인해 자영업자는 가격 결정을 잃고, 소비자는 비용 상승과 서비스 획일화의 리스크를 안게 된다. 플랫폼은 ‘시장’이 아니라 ‘지배자’가 되어간다.
플랫폼 경제의 역설: 자유를 준다면서 구속한다
플랫폼은 사용자에게 자유를 약속하지만, 실제 참여자는 철저한 ‘평점’과 ‘알고리즘’에 종속된다. 라이더는 낮은 평점으로 주문 기회를 잃고, 셀러는 플랫폼 광고비를 지불하지 않으면 노출되지 않는다. 이는 디지털 형식의 착취와 감시가 일상화된 경제 구조이며,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시스템적 구속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플랫폼은 연결의 이름으로 모든 권력을 가져가고 있다.
플랫폼 경제의 교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공정한 생태계 설계
플랫폼은 단순한 기술 기업이 아닌, 경제 인프라로 작동한다.
수수료 상한제, 공정거래 기준, 데이터 공유 의무화 등을 통해
플랫폼-참여자 간 힘의 불균형을 조정해야 한다. - 노동의 재정의와 보호
플랫폼 노동자는 자영업자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노동자다.
최소 수익 보장, 사회보험 적용, 고용 안정성 확보 등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플랫폼의 철학과 가치 정립
단기적 이익이 아니라,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플랫폼 철학이 필요하다.
공정과 투명성, 참여자의 권익 보호는 플랫폼의 생존 조건이 되어야 한다.
혁신인가, 착취인가: 선택은 지금이다
플랫폼 경제는 편리함과 기회를 제공하며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냈지만,
그 질서가 불평등과 착취를 내포한다면
그 혁신은 오래가지 못한다.
우리는 지금 플랫폼 경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를 결정할 순간에 있다.
기술이 사람을 이롭게 할 것인가,
사람을 지배할 것인가—
그 선택은 플랫폼이 아닌, 사회의 몫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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