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누군가 소리 지를 때, 굳이 맞서지 않고 돌아서는 사람.
세상의 중심에 머무르기보다, 가장자리에 앉아 풍경을 읽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늘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는 언제나 조금 허전하고, 조금 쓸쓸하다.
그들은 떠난 자리가 아니라,
남아 있는 우리 안에서 오래도록 울린다.
그들은 왜 고요했는가
한때는 고요함이 미덕이었다.
입에 칼을 물고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조선의 선비들,
말보다 눈빛을 믿었던 노년의 어머니들,
그리고 시대의 광기를 ‘침묵’이라는 방패로 견뎌낸 이름 없는 사람들.
그들에게 침묵은 무력함이 아니라 깊은 통제였다.
말을 삼킨다는 건, 참는 것이 아니라 지키는 것이었다.
자신의 존엄을, 타인의 평화를, 혹은 역사의 숨을.
하지만 요즘 시대는 다르다.
말하는 자가 이기고,
크게 외치는 자가 영향력을 가진다.
침묵은 무능처럼 보이고,
고요함은 존재감 없음으로 간주된다.
고요한 사람은 점점 풍경이 되고,
그 풍경은 곧 배경이 된다.
그리고 배경은, 잊힌다.
나는 왜 그들의 부재를 느끼는가
SNS는 열려 있고,
모두가 말하며, 모두가 반응하고, 모두가 자신을 증명한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에 서 있으면 문득,
무언가 잃어버렸다는 감각이 찾아온다.
그건 아마도
말이 많아질수록 진심이 줄어드는 시대에서,
‘듣는 사람’이 사라진 세계에 대한 그리움일 것이다.
그들은 다정했다.
하지만 그 다정함은 말로 표현되지 않았고,
눈빛과 숨결 사이에 머물렀다.
그들의 고요는 존재를 지우는 방식이 아니라, 존재를 내어주는 방식이었다.
자리를 내어주고, 시간을 내어주고, 때로는 마음 한 조각까지도
이름 없이 흘려보냈다.
그래서 그들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그 공백을 ‘불편함’이 아닌,
‘그리움’으로 느꼈다.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시끄러운 시대에,
고요함은 무기가 되지 못하고 방치된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어떤 말도, 어떤 외침도
한 사람의 고요한 품격 앞에서는 주춤하게 된다는 것을.
침묵은, 때로 가장 단단한 목소리다.
고요는, 결코 약하지 않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고요한 사람은 어디로 가는가?
그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잊었을 뿐이다.
그들이 남긴 빈자리는 오늘도 말없이 우리 곁을 맴돌고 있다.
그 고요 속에서,
우리는 다시 ‘사람’을 배운다.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아끼는 그 감각으로.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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