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성의 삶은 흔히 신앙과 도덕이라는 틀 속에서 순결하고 헌신적인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러나 이 신화 뒤에는 인간적인 욕망과 갈등, 그리고 때로는 부조리한 규범을 감내해야 하는 여성들의 내면 세계가 존재한다. 교회가 요구하는 여성성과 개인이 지닌 욕망 사이에서 그녀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는 신앙적 삶이 세속적 욕망과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여기도록 배워왔다. 마치 거룩함과 인간적인 욕구는 서로 상반되는 개념인 듯 말이다. 그러나 인간은 본래 복합적인 존재이며, 신앙 또한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여정일 수밖에 없다.
1. 교회가 만든 여성성의 틀
기독교 전통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대체로 명확하다. 순결하고, 온유하며, 헌신적이고, 남성을 돕는 존재로서의 여성. 성경 속 여성상은 ‘현숙한 여인’(잠언 31장)으로 대표되며, 신약에서도 교회의 여성들은 조용하고 단정한 태도로 남성을 보조하는 위치에 놓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가 현대 여성들에게도 그대로 강요될 때, 현실과의 괴리가 생겨난다. 오늘날 여성들은 교육을 받고, 사회에서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욕망과 꿈을 쫓는 존재다. 하지만 교회에서는 여전히 이상적인 여성상이 순결한 신부, 어머니, 희생적인 신앙인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틀은 여성의 정체성을 신앙적 역할로 한정하고, 욕망을 죄악시하며 억제하도록 만든다. 예컨대, 교회에서 성적 욕망을 표현하는 것은 죄악으로 간주되지만, 결혼 이후에는 한순간에 부부관계가 신성한 것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러한 모순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내면적 욕망을 숨기거나 왜곡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2. 욕망과 신앙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성들
교회 여성들의 내면에는 경건한 신앙과 인간적인 욕망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몸부림이 존재한다. 이는 단순히 성적 욕망의 문제만이 아니다.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구, 사랑받고 싶은 갈망,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받고 싶은 희망 등 인간적인 본성 자체가 교회의 가르침과 충돌하는 순간들이 있다.
예를 들어, 미혼의 교회 여성들은 연애 문제에서 더욱 복잡한 상황에 놓인다. “순결을 지켜야 한다”는 가르침과 “결혼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이다. 교회 안에서는 성적인 주체성을 발휘하는 것이 죄악시되지만, 일정한 나이가 지나면 결혼을 강요받고 신속한 출산을 기대받는다. 욕망을 부정하면서도, 결국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기대가 주어지는 것이다.
기혼 여성들에게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신앙을 이유로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남편이 신앙적 지도자의 역할을 할수록 여성은 더욱 헌신적인 아내, 어머니로서 살아가기를 요구받는다. 그 과정에서 개인적인 꿈과 욕망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교회는 남편에게 순종하라는 가르침을 반복하지만, 여성의 내면에 숨겨진 갈등과 불만을 해소하는 방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3. 억압된 욕망의 그림자
억압된 욕망은 종종 교회 안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가장 흔한 예가 숨겨진 이중적 삶이다.
교회에서는 경건한 여성으로 살아가지만, 개인적인 삶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종종 교회 안에서 강한 도덕적 잣대를 내세우는 사람들일수록 은밀한 욕망을 품고 있거나,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욱 극단적인 도덕주의를 추구하기도 한다.
교회 공동체 내부에서 드러나는 위선과 욕망의 균열은 이를 더욱 심화시킨다. 일부 여성들은 교회의 엄격한 규범을 어기면서도,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철저하게 신앙적인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위선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일 수도 있다.
한편, 억압된 욕망이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여성들은 불륜이나 신앙 공동체 내부의 은밀한 관계를 통해 자신의 갈증을 해소하려 하며, 때로는 종교적 권위를 가진 남성들이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문제를 넘어선다. 신앙적 틀 속에서 감춰진 욕망과 그것이 분출되는 방식은 교회 여성들이 처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4. 경건함과 욕망은 공존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교회 여성들은 욕망을 포기해야 하는가, 아니면 신앙을 떠나야 하는가? 이 질문은 단순한 개인적 딜레마를 넘어, 신앙과 여성성이 어떤 방식으로 공존할 수 있는지를 묻는 문제다.
신앙이란 결국 인간의 복합적인 감정과 욕망을 다루는 과정이다. 신앙과 욕망은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다. 오히려 욕망을 죄악으로 몰아가는 교회의 태도가 여성들에게 죄책감을 심고, 억압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문제다.
욕망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건강한 방식으로 조절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신앙적 담론이 필요하다. 예수의 가르침에서 중요한 것은 율법적 규제를 넘어서 사랑과 자비, 그리고 인간 본연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회는 여성들에게 무조건적인 억제와 희생을 요구하며, 인간적인 감정을 죄책감으로 환원하려 한다.
경건함이란 욕망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이해하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것이다. 여성들에게도 신앙 속에서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건강하게 받아들이는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는 더 이상 여성들의 신앙적 안식처가 아니라, 숨 막히는 억압의 공간이 되어버릴 것이다.
신앙과 욕망을 넘어서는 새로운 길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 중 하나는 이중적인 역할에 지쳐버렸기 때문이다. 경건함과 욕망 사이에서 끝없는 균형을 맞추려 하다가, 결국 어느 한쪽도 충족되지 못한 채 방황하게 된다.
교회 여성의 이중성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신앙 공동체가 여성에게 부여한 역할이 얼마나 모순적이고, 불완전한지를 드러내는 것이다. 신앙이 진정한 의미에서 해방적일 수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여성에게 특정한 삶을 강요하지 않고, 그녀들이 욕망과 신앙 속에서 스스로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교회 여성들의 삶은 앞으로도 “경건한 척하는 것”과 “욕망을 숨기는 것” 사이에서 끝없는 이중성을 강요받으며 지속될 것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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