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여자들의 은밀한 삶[08]: 믿음이 흔들릴 때

교회 여성들의 신앙적 방황

신앙은 흔히 확고한 믿음의 기반 위에 세워진 집과 같다고 이야기되곤 한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 신앙은 그렇게 견고하거나 완전한 것이 아니다. 특히 교회 안에서 여성들의 신앙은 더욱 쉽게 흔들린다. 여성들은 교회의 이상적인 가르침과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믿음은 흔들리고, 때로는 무너진다.

교회 여성들이 겪는 신앙적 방황의 본질은 ‘신앙과 현실의 괴리’에 있다. 교회는 여성들에게 순결, 인내, 겸손, 희생과 같은 이상적인 덕목을 요구하지만, 현실은 그런 미덕만으로 살아가기엔 너무나 복잡하다. 여성들이 경험하는 삶의 문제들은 단순히 기도하거나 성경 구절을 암송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들의 고민과 갈등은 신앙적 언어로 쉽게 표현되지 않으며, 교회가 제시하는 답변은 현실적인 위안이 되지 못한다.

예컨대, 여성들은 신앙 안에서 ‘순종’을 배운다. 목사나 남편, 부모에게 순종하는 것이 곧 하나님께 순종하는 길이라 배운다. 그러나 그 순종이 자신의 존엄을 침해할 때, 혹은 명백히 불합리할 때 여성들의 내면에서는 회의와 저항이 싹트기 시작한다. “하나님이 정말 나에게 이런 삶을 원하시는 걸까?”라는 질문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솟아오르기 시작하면, 그 순간부터 그녀들의 신앙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교회 안에서의 신앙적 방황은 죄책감과 깊은 고립감을 동반한다. 신앙 공동체에서 믿음이 흔들린다는 것은 곧 ‘불신앙’, ‘영적 타락’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마음속의 의문을 표현할 때, 교회는 그들에게 더 많은 기도와 믿음을 요구하며 오히려 더 큰 짐을 지운다. 결국 여성들은 마음속 질문을 삼키고 침묵을 선택하거나, 교회를 떠나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교회 여성들의 방황이 가장 두드러지는 순간은 삶의 중대한 위기를 맞았을 때다.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가정폭력을 당하거나, 경제적 어려움이나 우울증 같은 정신 건강의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여성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이 바로 교회다. 하지만 교회가 제공하는 답변은 “더 기도하라”, “하나님이 뜻하신 바가 있을 것이다”와 같은 추상적인 위로뿐이다. 현실의 고통 속에서 이런 신앙적 처방은 때로 무력할 뿐 아니라, 오히려 더 큰 혼란과 좌절을 낳는다.

여성들은 점차 “이런 고통이 정말 하나님의 뜻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교회는 이러한 질문 자체를 신앙 부족의 문제로 치부하고, 여성들에게 더욱 철저한 믿음과 순종을 요구한다. 결국 여성들은 자신이 겪는 현실적인 고통을 신앙적 언어로 표현할 수 없게 되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용한 저항과 회의를 품게 된다.

이러한 회의와 저항은 때로는 아주 사소한 형태로 드러난다. 교회의 전통적인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예배 중 작은 불편감을 느끼거나, 목사의 설교를 듣는 대신 조용히 자기 생각에 잠기는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듯 보이지만, 이미 내면에서는 신앙적 갈등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태다.

반면, 어떤 여성들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저항한다. 교회에서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 사랑을 선택하거나, 교회가 규정하는 이상적인 여성상을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찾아 떠난다. 이는 신앙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신앙을 찾으려는 몸부림일 수도 있다. 교회가 제시한 믿음이 아닌, 자신의 경험과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하나님을 다시 만나려는 시도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신앙적 방황과 저항이 반드시 신앙의 붕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믿음이 흔들리는 그 순간이 바로 신앙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성들은 교회가 주입한 전통적인 신앙적 틀을 깨뜨리고, 자신만의 신앙적 정체성을 찾기 시작한다. 자신을 억압하고 제한했던 신앙이 아닌, 자신을 이해하고 해방시키는 신앙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교회가 이들을 다시 품기 위해서는 흔들리는 믿음 자체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여성들의 신앙적 방황을 불신앙으로 규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이 겪고 있는 삶의 문제를 공감하며 그 안에서 함께 답을 찾아야 한다. 믿음이 흔들릴 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충고나 훈계가 아니라, 진심 어린 이해와 따뜻한 지지다.

결국 신앙은 흔들리며 성장하는 것이다. 여성들이 교회 안에서 신앙적 방황을 겪는 것은 그들이 약하거나 부족해서가 아니라, 삶과 신앙의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한 치열한 여정의 과정이다. 교회가 여성들의 내면적 질문과 현실적 고민을 품고 이해하는 공간으로 변화할 때, 여성들의 흔들림은 신앙의 위기가 아니라 더욱 단단한 믿음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