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를 떠나는 일은 단순히 예배에 참석하지 않는다는 의미 이상이다. 특히 여성들에게 교회를 떠나는 행위는 신앙 공동체가 제공하는 안정감과 보호막을 벗어나 낯선 현실 속으로 홀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 그녀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곳이 더 이상 그녀들의 마음과 삶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오랫동안 교회는 여성들에게 명확한 삶의 틀을 제공했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를 세밀하게 규정해 주었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선택보다는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따르며 살아갔다. 그러나 이 역할들이 무거워지고, 삶과 신앙이 분리되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들은 탈출을 꿈꾸기 시작한다.
많은 여성들이 교회를 떠날 때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해방감이다.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구속되지 않고, 성경 구절을 들으며 자신의 삶을 검열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찾아온다. 교회에서 요구했던 순종, 인내, 희생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다. 이제 그녀들은 교회의 규칙 대신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만의 신념을 발견하며 진짜 자신이 누구인지 탐구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자유의 감각은 동시에 커다란 외로움과 공허함을 동반한다. 신앙 공동체 안에서는 늘 누군가가 곁에 있었고, 삶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갈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교회를 떠난 여성들에게 그런 공동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몸담았던 공동체에서 이탈하는 순간, 그녀들은 홀로 버려진 듯한 고립감을 경험한다. 사회와 세상은 그녀들을 쉽게 받아주지 않으며, 여전히 신앙을 유지하는 가족과 친구들과도 깊은 정서적 거리가 생긴다.
교회를 떠난 여성들은 종종 이중의 낯섦과 싸워야 한다. 교회를 떠난 것이 올바른 선택이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과 자책,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신앙적 죄책감이 그녀들을 괴롭힌다. 교회를 떠났다고 해서 과거의 신앙적 사고방식이 갑자기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내가 잘못된 길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맴돌고, 신앙적으로 ‘타락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내면 깊숙이 자리 잡는다.
이러한 죄책감과 혼란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교회를 떠난 지 수년이 지나도, 그녀들은 특정한 상황이나 문제에 직면할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기도하는 습관을 떠올리거나 성경 구절을 반복하며 스스로를 검열한다. 오랜 신앙 생활에서 각인된 규범과 사고방식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그녀들은 자유롭게 살고 싶어 교회를 떠났지만, 내면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신앙 공동체의 시선과 목소리를 지우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교회를 떠난 여성들이 겪는 가장 아픈 흔적은 인간관계의 상실이다. 신앙 공동체는 단지 종교적 집단이 아니라 삶의 많은 부분을 공유했던 가족과 같은 존재였다. 교회를 떠난 여성들은 단지 신앙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친밀했던 관계를 잃어버리는 고통까지 감수해야 한다. 때로는 가장 친했던 친구나 가족조차 그녀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하며 등을 돌리기도 한다. 이 관계의 단절이 남긴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으며, 평생 남는 깊은 흔적이 된다.
그러나 교회를 떠난 여성들의 이야기는 단지 고통과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들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새로운 관계와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신앙이 제공했던 틀 밖에서, 자신의 삶을 진정으로 이해해 줄 사람들과 새로운 공동체를 발견한다. 이 공동체는 때로는 교회 밖의 사회운동이나 예술, 철학, 또는 세속적인 모임일 수 있다. 교회 안에서 느끼지 못했던 존중과 공감을 경험하며, 그녀들은 점차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만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회를 떠난 여성들이 다시 신앙에 가까워지는 경우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교회가 강요했던 신앙이 아니라, 스스로 발견한 진정한 신앙을 향한 여정이다. 그녀들은 교회가 가르친 신앙이 아니라 자신만의 영적 여정을 통해 더 깊고 성숙한 믿음을 얻게 된다. 이것은 교회가 설정한 규칙을 벗어난,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인적인 신앙의 형태다.
결국, 교회를 떠난 여성들이 경험하는 자유와 외로움, 그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심리적 흔적은 모두 그녀들의 삶과 신앙을 성장시키는 과정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단지 교회를 떠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진정한 자신과 신앙을 찾아가는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신앙 공동체를 떠나는 선택은 신앙의 끝이 아니라, 자신의 삶과 믿음을 더 깊고 진실하게 마주하는 용기 있는 첫걸음일 수 있는 것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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