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사람이 좋아지는 백만가지 이유 중에서
가장 멋진 이유를 꼽으라면
‘그냥’을 꼽겠습니다.
논리적이지도
과학적이지도 않은 헐렁한 이유,
그냥을 꼽겠습니다.
논리와 과학이 개입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멋진 이유,
그냥을 꼽겠습니다.

 

이유가 아닌 이유,
그냥을 꼽겠습니다.
왠지 그냥 좋다라는 말이
나는 그냥 좋습니다.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딱 부러진 이유가 꼭 있어야 할까요?
그냥 좋으면 안 되는 걸까요?
그냥은 ‘아무 이유 없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설명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이 만든 언어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의 그 복잡다단한 감정을
한두 마디 언어로 표현하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태어난 절묘한 말이
그냥일 것입니다.
‘그냥’은 여유입니다.

 

긴 인생을 살면서
자잘한 이유들은 일일이 상대하지 않겠다는
너털웃음 같은 말입니다.

 

내가 하고자 하는 말 앞에
그냥이라는 말 하나만 얹어도
우리 인생은 훨씬 더 헐렁하고
넉넉하고 가벼워질 것입니다.
우리 인생에 ‘그냥’이라는 말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정철, 인생의 목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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