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 다다르기 직전, 한 걸음을 떼는 일조차 버겁게 느껴지던 어느 산중턱이었다.
숨은 거칠었고, 사방엔 바람 한 점 없었다.
이마를 타고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치며 멈춰 선 순간, 등 뒤에서 친구의 목소리가 따라붙었다.
“잠깐 쉬었다 가자.”
그 말과 함께 내민 건 배낭속 생수 한 병.
말 한마디, 물 한 모금. 그리고, 그 직후 —
등 뒤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정오의 뜨거움은 여전했지만, 친구가 뒤따라 오르며 내 배낭을 살짝 밀어주는 손길에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피로를 짓누르던 건 다만 고된 오르막이 아니라, ‘혼자’라는 감각이었는지도 모른다.
기세란 본래 그런 것이다. 스스로 일으키는 것이지만, 한 번 꺾이면 혼자 힘으로는 좀처럼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초반의 질주는 의지만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2막의 반전은 구조와 리듬, 외부의 어떤 ‘불어주는 바람’이 필요하다.
지금, 당신이 마주한 그 지점이 그렇다.
과거의 무게는 여전히 발밑에 있는데, 앞은 막혀 있고 옆길은 복잡하다. 더 무서운 건 내부에서 나는 소리다.
“이젠 예전 같지 않다.”
“운이 다한 건 아닐까.”
“나도 이 바닥에선 늙은 축에 속하지 않나.”
하지만 나는 안다. 한때 잘나갔던 사람이 가진 ‘기억된 감각’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그건 시장을 읽는 눈, 사람을 다루는 촉, 숫자를 꿰뚫는 직관 같은 것이다.
다만, 그 감각이 지금 시대의 ‘속도’와 ‘언어’에 잠시 길을 잃었을 뿐이다.
기세가 꺾인 게 아니라, 파동의 주기가 바뀐 것이다.
나는 수많은 브랜드의 전환점을 보아왔다.
처음엔 다들 비슷하게 말한다.
“요즘은 뭐가 먹히는지를 모르겠어요.”
“그냥 유튜브라도 해야 하나 싶어요.”
“다시 광고를 때려볼까요?”
하지만 진짜 변화는 그런 유행의 답변이 아니라, 구조의 전환에서 온다.
당신의 브랜드가 그동안 어떤 서사로 쌓였고, 지금 어떤 문법과 단절되어 있는지.
어떤 욕망을 자극했고, 지금은 어떤 불안을 자극하는지.
그걸 읽고 다시 짜는 일.
그건 단지 콘텐츠가 아니라, ‘판을 새로 짜는 일’이다.
사업 모델의 리듬을 바꾸고, 메시지의 타격 지점을 조정하고,
어디서 힘을 빼고 어디서 다시 들어가야 하는지를 재설계하는 작업.
분명히, 그걸 함께 해낼 사람들이 있다.
목소리를 낮추고 구조를 보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사람들.
당신이 기세를 잃는 동안, 그 기세의 구조를 분석할수 있는 전문가.
바람이 다시 불 수 있도록 구조를 만드는 사람.
당신은 이미 한 번 올라본 사람이다.
그러니 다시 오를 수도 있다.
다만 이번에는,
‘당신 혼자’가 아니라 ‘함께 가는 동력’을 만드는 방식으로.
기세는 그런 방식으로, 다시 깃발처럼 펄럭이게 된다.
기억하라. 수많은 성공의 곡선 뒤엔 늘 ‘함께 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일론 머스크조차도 골방의 괴짜 개발자로 신화화되었지만, 그의 곁엔 무려 12명의 멘토와 파트너가 있었다. 페이팔 마피아, 스페이스X의 자율 시스템 설계자들, 테슬라의 공급망 전략가들. 그들이 만든 건 기술이 아니라 ‘기세의 구조’였다. 그 곁엔 역량 있는 팀과 협업구조가 촘촘히 자리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 상대성이론 개발 과정에서 수학적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때 수학적으로 그것을 증명해준 사람은 마르셀 그로스만이었다. 이론은 그의 것이었지만, 수식은 그로스만의 것이었다. 위대한 이론도 독창적 발상에서만이 아니라, 이를 기술하고 입증할 협력자의 기여 없이는 완성되지 않는다.
권투의 전설 무하마드 알리조차도 늘 말했다.
“링 위의 나는 혼자지만, 그 한 방을 준비한 건 나 혼자만이 아니었다.”
모든 위대한 승부 뒤에는 각자의 방식으로 ‘한 방’을 준비해준 사람이 있었다.
성공, 혁신, 창조적 성취는 결코 고립된 천재성만으로 구축되지 않는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협력 구조, 전문가 네트워크, 그리고 상대적 시점에서의 조율 기능이 상승 곡선의 동인이 된다.
따라서, “혼자”라는 신화 뒤엔 늘 “함께한 이들의 구조”가 있었다는 점, 그리고 성장의 한계 혹은 전환기에 반드시 ‘관계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검증된다.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필요하다.
시장과 감각 사이에서 길을 잃었을 때, 성장 곡선을 다시 꿰어줄 수 있는 멘토.
그들은 화려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방향을 조율하고 속도를 만들어낸다.
혼자일 때는 추락처럼 느껴졌던 곡선이, 그들과 함께할 때 상승의 곡선으로 전환된다.
멈춘 기세는, 새 설계로 다시 흐른다.
그 바람의 골짜기를 열어주는 멘토는 분명히 존재한다.
바람은 스스로 불지 않는다.
누군가가 지나간 자리, 기다려준 시간, 함께 걸은 리듬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다시 걷기 위해 필요한 건 ‘용기’가 아니라, ‘곁’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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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