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말을 걸지만, 정작 누구도 응답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손에 쥔 또 다른 신체 기관이 되었고, 인공지능 스피커는 외로움의 틈을 말로 채워주는 가짜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기술 덕분에 연결되었지만, 그 연결의 밀도는 점점 얇아지고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35년까지 인간의 절반 이상이 ‘디지털 감정 보조기’를 통해 대화를 나누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더 이상 누군가에게 솔직한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알고리즘이 기분을 파악하고, 알아서 말투와 표정을 조절해준다. 언뜻 보면 편리하다. 하지만 이 익숙한 편리함이 바로 ‘관계의 상실’이라는 깊은 늪의 입구인지도 모른다.
기술은 감정을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대신할 수는 없다. 타인의 말에 일초 정도 늦게 반응하는 침묵, 마주 앉은 사람의 눈동자에 비친 망설임, 예상치 못한 말 한마디에 순간적으로 울컥해지는 그 진동은 데이터로 측정되지 않는다. 우리는 그 미세한 파동을 통해 사랑하고, 실망하며, 성장해왔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 감정의 원시 언어를 스스로 버리는 중이다.
가끔 묻는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외롭다’고 말하는 걸까? 커피 한 잔도 앱으로 주문하고, 음식도 사람 얼굴 안 보고 받는다. 택배기사는 벨을 누르지 않는다. 안부는 스티커 하나로 끝나고, 생일 축하도 자동으로 도착한다. 편리함은 늘었지만, 감정의 순도는 떨어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새로운 연결 방식’이 아니라, ‘잃어버린 감각’의 회복이다.
기술은 분명 우리를 도왔다. 그러나 인간은 기계가 줄 수 없는 것을 통해 존재감을 느낀다. 그건 기다림이고, 불완전함이며, 실시간 반응이다. 웃고 있는 이모티콘보다, 말없이 고개를 끄덕여주는 사람이 주는 위로가 더 크다.
10년 뒤, 당신은 누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당신의 외로움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니, 그 외로움을 말할 줄 아는 언어를 아직 기억하고는 있는가?
기술의 미래를 묻기 전에, 나는 나의 감정을 물어야 한다. 오늘 하루, 나는 누구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넸는가?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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