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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 개인의 만족 넘어 사회적 대안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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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구축, 인증제 도입, 판매망 확충 등 지원방안 모색돼야”
- 2014.07.18 13:31 입력
테라스나 베란다, 옥상 등 자투리 생활공간을 활용해 텃밭을 꾸미거나 오이, 상추, 고추 등을 기르며 ‘가내 농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농업 인구를 이젠 우리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근래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예 귀농을 하거나, 도시 인근 지역에 거주하며 변두리 땅에 자신의 농작물을 부리는 사람도 늘고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은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허연수 씨는 지난해 집을 구입하며 아예 약 1000제곱미터 크기의 텃밭이 딸린 주택을 샀다. ‘연식’은 좀 오래되었지만, 답답한 콘크리트벽에 둘러싸여 하루 종일 변변하게 흙 한 번 밟아볼 수 없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며 자연 속에서 자라나게 하고 싶었던 것.
외곽으로 벗어나며 출퇴근길은 좀 멀어졌지만,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결정에 후회가 없다. 게다가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얼굴 붉힐 일도 없고, 요즘에는 서울에 사는 부모님도 주말마다 내려와 깻잎이나 토마토, 호박 등 농사를 지으면서 가족의 사이도 부쩍 좋아졌다.
허 씨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금 정도 규모의 자금으로 집을 구입했다”면서 “텃밭이 딸린 집을 사면서 마치 전원주택과 주말농장을 동시에 소유하게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무엇보다 아내, 아이 그리고 부모님까지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지면서 한결 화목해졌다. 수확한 농작물은 이웃과 나누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도시농업은 이처럼 지친 현대사회의 도시민들에게 쉼과 생산, 나눔의 매력을 동시에 선사한다. 게다가 전 세계적으로 식량이 무기화되면서, 농업의 가치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벌써부터 앞으로의 세대는 석유가 아닌, 식량으로 인한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제부터라도 국가적인 차원에서 어떻게 하면 도시농업이 우리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우선 정보의 인프라를 구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농사꾼이 잘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씨앗이나 재배법,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처법 등을 수월하게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도시농업의 장점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전문 사이트의 구축이 절실하다.
도시농업 커뮤니티 활동가 권태건 씨는 “도시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창구는 매우 한정적”이라며 “포털사이트에서 조차 ‘도시농업’이라고 검색하면 몹시 한정되고 추상적인 정보만 나온다. 이러한 현실은 도시농업을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큰 장애물”이라고 아쉬워했다.
도시농업에 성공한 사례를 많이 텔레비전 등 언론매체를 통해 소개하는 것도 인프라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도시농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정보의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몹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도시농업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잘 실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이에 대해 친환경 자동화 농업시설 ‘에코팜센터’의 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남상용 교수(삼육대 원예학과)는 “농업적 요소가 우리 주변에 자리 잡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돕도록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면서 “일종의 세금을 면제하며 지원하는 종교재단이나 복지시설과 같은 개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6차 산업 마케팅전문기업 스튜디오블룸 김현청 대표는 “정부에서 도시농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도시농업 인증제를 만들어 인증된 사람에게 ‘도시 농부’라는 타이틀을 부여하고, 이들이 생활하는 데 있어 일정한 혜택을 제공하면 시너지효과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시농업 커뮤니티 활동가 권태건 씨는 “도시농업을 발전시키면 일자리도 창출해 시민의 행복도가 늘어날 수 있다. 무엇보다 수입해 오는 먹거리보다 훨씬 안전하고 맛있는 농산물을 우리 식탁에 공급할 수 있다”고 장점을 부각했다. 그는 “뚝섬 알뜰장터나 홍대 프리마켓처럼 터를 만들어주어 도시농업을 통해 생산된 농산물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을 지정해 주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김현청 대표는 “농업이란 게 한번 재미를 붙이면 좀처럼 끊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어려움을 뚫고 인내한 끝에 얻은 수확의 기쁨은 쉽게 잊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그것을 판매할 수 있다면 금전적 이득의 크기를 떠나 그 기쁨은 매우 커질 것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자긍심을 심어주고, 사는 사람 입장에서도 생산자를 직접 보고 믿고 살 수 있는 장이 열린다면 도시농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태진 withinnew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