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보여주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피드는 완벽하게 연출된 삶의 갤러리이며, 사람들은 정심(精心, fine-tuned)하게 보정된 이미지 뒤에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 애쓴다. 화려한 옷, 근사한 직업, 값비싼 취미. 이 모든 것은 타인의 인정을 구하는 잘 깎인 조각상과 같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그 겉모습의 화려함에 현혹되고, 포장지를 내용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하지만 아무리 아름다운 포장도 결국 찢겨 사라지기 마련이며, 그 안에 담긴 것이 빈약하다면 남는 것은 허무함뿐이다. 진정한 가치는 보이는 것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의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이러한 외면과 내면의 괴리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고전적 우화다. 주인공 도리언은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을 유지하는 대신, 그의 모든 죄악과 타락이 초상화에 대신 새겨지는 저주를 받는다. 그의 외모는 시간이 흘러도 흠 없이 완벽했지만, 그의 영혼이 담긴 그림은 날이 갈수록 추악하게 일그러져 갔다.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서늘한 질문을 던진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과연 한 인간의 가치를 담보할 수 있는가? 겉모습은 잠시 타인의 눈을 속일 수는 있어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드러나는 인격의 깊이와 무게를 대신할 수는 없다. 결국 우리를 지탱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며,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껍데기가 아닌 알맹이, 즉 인격이다.
인격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장신구가 아니다. 그것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쌓여 만들어지는 견고한 건축물과 같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정직을 선택하는 용기, 나에게 이득이 없을 때도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관대함, 모두가 쉬운 길을 택할 때 묵묵히 원칙을 지키는 뚝심. 이러한 내면의 벽돌들이 하나씩 쌓여 그 사람만의 고유한 인격이라는 집을 짓는다. 겉모습은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바꿔 입어야 하는 옷과 같지만, 잘 지어진 인격의 집은 어떤 비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영혼의 안식처가 된다. 우리가 진정으로 누군가를 신뢰하고 존경하게 되는 이유는 그가 입은 옷이나 사회적 지위 때문이 아니다. 오랜 시간 지켜본 그의 말과 행동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성실함과 진정성 때문이다.
물론 자신의 외면을 가꾸는 일이 무의미하다는 뜻은 아니다. 깔끔한 옷차림과 단정한 태도는 타인에 대한 존중의 표현일 수 있으며, 스스로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도 한다. 문제는 외면을 가꾸는 데 쏟는 에너지와 내면을 돌보는 데 들이는 노력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할 때 발생한다. 우리는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자신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고 있는가? 새로운 옷을 사는 열정만큼, 새로운 지식과 지혜를 탐구하는 데 열정을 쏟고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우리 삶의 무게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은 우리에게 더 화려해지라고, 더 돋보이라고 끊임없이 유혹한다. 하지만 그 소란스러운 목소리 속에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겉모습은 언젠가 낡고 스러지지만, 잘 벼려진 인격의 빛은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고 은은한 향기를 뿜어낸다는 사실을. 당신의 진짜 가치는 타인의 시선이 아닌, 당신의 내면에서 발견된다.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예쁜 사람이 아니라, 곁에 있고 싶은 사람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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