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동창모임이 있어서 호텔에 들렀다가 한참만에 시골집에 들어왔다.
차에서 내리니 정원에 지천인 꽃망울들이 밤인데도 눈부시다. 정원계단을 오르며 밤빛에 물든 꽃들을보니 문득 내려오는 길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엄마! 꽃은 왜피는 걸까?” 어린딸이 물었다.
대답이 궁한 엄마는 “나이가 들면 알게되…”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어린딸은 “엄마! 나이가 들면 꽃이 지는 이유도 알게되겠지…”
집에만 내려오면 마음 한켠 무언가가 아리아릿하다.
꽃향기때문인지 꽃들이 피고지는 이유가 궁금해서인지… 언젠가 그이유를 알게되겠지…
시골집에 들어서면 정원 가득, 어머니가 심어놓은 화초들이 반긴다.
꽃마다 이름은 몰라도, 그 손길이 스쳐간 자리는 눈에 보인다.
어머니의 손은 늘 흙에 닿아 있었고,
그 손끝에서 자란 꽃들은 이제 지천으로 피었다.
계단을 오르며, 나는 이 꽃들을 한 번에 보지 못하고
늘 고개를 돌려, 하나씩 바라본다.
그렇게 보아야만
이 꽃들 뒤에 숨어 있는 세월과 손길이 느껴진다.
도시에선 잊고 살았던 것들.
가끔 내려오는 집.
그곳에 변함없이 피어 있는 꽃.
그리고 조금씩 늙어가는 부모님의 뒷모습.
꽃이 피는 이유는 아마
누군가를 기다리기 위해서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는 이유는
그 기다림이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조용히 말해주기 위해서.
언젠가 그 이유를 알게 되겠지.
아니, 어쩌면 지금 이 순간
조금씩, 이미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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