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저녁 숲에 내리는
황금빛 노을이라기 보다는
구름 사이에 뜬
별이었음 좋겠어
내가 사랑하는 당신은
버드나무 실가지
가볍게 딛으며 오르는
만월이기보다는
동짓날 스므날
빈 논길을 쓰다듬는
달빛이었음 싶어
꽃분에 가꾼
국화의 우아함보다는
해가 뜨고 지는 일에
고개를 끄덕일 줄 아는
구절초였음 해
내 사랑하는 당신이 꽃이라면
꽃 피우는 일이
곧 살아가는 일인
콩꽃 팥꽃이었음 좋겠어
이 세상의 어느 한 계절
화사이 피었다 시드는
자취없는 사랑말고
저무는 들녘일수록
더욱 은은히 아름다운
억새풀처럼 늙어 갈순 없을까
바람 많은 가을 강가에
서로 어깨를 기댄 채
우리 서로 물이 되어 흐른다면
바위를 깍거나 갯벌 허무는
밀물 썰물보다는
물오리떼 쉬어 가는
저녁 강물 이었음 좋겠어
이렇게 손을 잡고
한세상을 흐르는 동안
갈대가 하늘로 크고
먼 바다에 이르는
강물이었음 좋겠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에 수록된 글이다.
몇날몇일을 치열하게 일하고 읽으니 맘이 아련하다.
돌이켜 보니 나는 늘~ 한해를 마무리 하는 즈음에 새로운 일을 도모했다.
늘~ 그래왔다.
새로운 사업이나 프로젝트도 늘 찬바람이 불면 시작했다.
올해도 그렇듯이 찬바람이 불자 뜨거운 낮과 치열한 밤이 시작됐다.
2015년을 1개월 더 일찍 시작한 기분이랄까.
THE BURNING CELEBRITY 창간호을 마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