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끝자락,
나는 민국이를 데리고 산책을 나섰다.
옷은 두껍게 껴입었지만,
발에는 대충 슬리퍼를 끼워 신었다.
사실,
현관을 나설 때까지만 해도
산책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
반갑게 꼬리를 흔드는 민국이를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몇 분쯤,
대문 밖과 집 마당을 도는
몇 발짝 정도야, 싶었다.
하지만 그런 안일함이,
문제의 시작이었다.
산책 후 마당으로 들어서자,
민국이가 무언가를 본 듯 몸을 긴장시켰다.
시선을 따라가 보니 차 밑에 고양이가 웅크리고 있었다.
나도, 민국이도, 고양이도,
짧은 순간 숨을 죽였다.
다음 순간,
고양이는 번개처럼 튀어나갔고,
민국이는 세상의 모든 힘을 다해 그걸 쫓았다.
나는 반사적으로 목줄을 꽉 잡았다.
놓으면 안 된다고,
잡아야 한다고,
어떤 본능 같은 마음으로.
하지만 나는 슬리퍼 신은 발로 민국이의 속도를 감당할 수 없었다.
힘을 주던 손은 끝까지 줄을 놓지 않았고,
몸은 허무하게 균형을 잃었다.
꽈당~
넘어지고 후회했다.
‘아, 놓을 걸.’
손은 장갑 덕분에 괜찮았지만,
무릎은 차가운 땅에 쓸렸다.
통증은 금방 오지 않았다.
대신, 밤이 깊어질수록
아리고 뻐근하게,
아주 느리게 찾아왔다.
그날 이후 일주일 넘게 무릎을 절었다.
약국에 가고, 파스를 붙이고,
부은 무릎은 거의 열흘이 지나서야
통증이 조금 옅어졌다.
뜻하지 않은 순간이 닥쳤을 때
놓지 못했던 것은
목줄이 아니라
나의 ‘집착’이었는지도 모른다.
꼭 쥐어야 할 때와
놓아야 할 때를
아직 구별하지 못한 탓이었다.
넘어지고 후회했다.
줄을 놓을 걸~.
인생사 똑같다.
충동적으로 길을 나서지 말자,
그리고
줄을 놓을 때는 놓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