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깊은 사려와 군인의 아름다운 감사 – 月刊 청의시대 • 김현청 공식홈페이지

작은 식당.
군청색 겨울 하늘처럼 단정한 하루.

주름진 세월 네 갈래가 문을 밀고 들어섰다. 4명의 노인이었다.
걸음엔 시간의 무게가 실렸고, 눈빛에는 그 시간을 견딘 사람만이 가진 깊이가 있었다.

마침 계산대 앞에는 두 명의 군인이 서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곧 어딘가로 향할 얼굴들이었다.

그때였다.
노인 중 한 명이 조용히 계산대로 다가갔다.
아무 말 없이, 그러나 단호하게 말했다.

“그 친구들 계산은 우리가 하겠소.”

군인들은 놀라며 거절했다.
“괜찮습니다, 어르신. 저희가 먹은 건 저희가…”

그러나 노인의 말은 짧았고, 강했다.

“괜찮지 않소. 당신들이 있어서 우리가 편히 밥을 먹는 것이니.”

그 짧은 말 속에
수십 년 전 누군가의 군화 소리가 겹쳐졌고,
자신 또한 누군가의 후배였던 시절이 녹아 있었다.

군인들은 몇 번을 사양했지만
결국 고개를 숙여 인사한 채 식당을 나섰다.

이후 노인들은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끝나갈 즈음,
다시 문이 열렸다.
금세 나갔던 군인들이 다시 들어섰다.

손에는 작지만 정성스러운 봉지가 들려 있었다.
매점에 들러 사왔다는, 감사의 마음.

“그냥 갈 수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말은 짧았지만,
그 속에 담긴 진심은 묵직했다.
주고받은 건 돈이 아니라 마음이었고,
그 마음은 예의였고, 품격이었다.

군복은 말한다.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노인의 손길은 대답한다.
“지켜줘서 고맙소.”

그 날의 식당은 전쟁도, 평화도, 역사의 무게도 없이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이 오가는 자리였다.
조용한 손과, 말없는 고마움이 서로를 다독인 한 끼 식사.

그 순간,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졌다.

지인이 최근 식당에서 경험한 것을 전해준 말이다. 큰 감동이었다. 상황은 묘사는 되었지만 내용은 사실이다. 결국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것은, 기계적인 시스템이나 차가운 논리가 아닌, 이처럼 서로에게 온기를 전하는 작은 행동들임을 기억해야 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를, 나아가 당신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