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의 신화, 공간에 새겨진 권력사라진 문명과 현대 문명의 연결고리 3

인간은 언젠가부터 위를 올려다보기 시작했다.
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누가 위에 있는지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집트의 사막 위에,
거대한 삼각형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피라미드.
그것은 단순한 무덤이 아니었다.
왕은 죽은 뒤에도 위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높이는 권위였고,
그 위로 올라가는 층층의 돌은
세상의 질서를 상징하는 계단이었다.

수메르의 지그우라트도 마찬가지였다.
거대한 계단식 신전.
제사장이 가장 꼭대기에서
하늘의 신과 대화를 나눴다.
그 구조 속엔
신에게 가까이 갈수록 권력도 가까워지는 세계관이 있었다.
하늘과의 거리만큼
지상의 서열도 또렷해졌다.

중국의 황허 문명은
벽 안에 벽을 세웠다.
성벽 너머 중심당, 그 너머 왕의 처소.
모든 것이 중앙집중적 질서의 공간화였다.
사람은 그 배치에 따라
자신의 신분을 자각했고,
말없이 복종하는 법을 익혔다.

공간은 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공간을 통해
누가 중심에 있고, 누가 주변에 있는지를 감각한다.

오늘날의 도시를 보라.
여전히 ‘높이’는 힘이다.
대기업의 본사는 고층빌딩 꼭대기에 있고,
시청과 법원은 광장을 향해 계단 위에 세워져 있다.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그 위치 자체가 우리에게 속삭인다.
“이곳은 평등하지 않다.”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VIP 라운지는 위층에 있고,
출입 통제된 공간은 항상 멀고 높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공간의 위계’를 인식하며 살아간다.

권력은 스피커로만 말하지 않는다.
그것은 건축이라는 침묵 속에서
시선을 조정하고, 동선을 제한하며,
존재의 우열을 공간에 새긴다.

고대 문명은 돌을 쌓았고,
우리는 유리를 세운다.
다만 그 안에 숨은 서열화의 구조는 여전히 건재하다.

그래서 묻는다.
당신이 매일 드나드는 건물은
누구의 높이를 말하고 있는가?
당신이 오르지 못하는 층은
어떤 질서를 반복하고 있는가?

문명은 권력을 새긴다.
그리고 그것은 언제나
공간 위에서 가장 명료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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