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밀복검(口蜜腹劍)” ― 입에는 꿀을 머금고 배 속에는 칼을 숨겼다는 뜻이다.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이와 유사한 표현이 나온다. 권세가의 곁에는 늘 겉으로는 충성스러운 언사를 흘리면서 속으로는 모략을 꾸미는 이들이 있었다. 언어와 얼굴은 달콤했지만, 의도는 날카로운 칼끝이었다.
사람 사이의 배신은 언제나 말에서 시작된다. 그 말은 달콤하다. 듣는 이로 하여금 안심하게 하고, 방심하게 한다. 꿀이 입안에서 녹듯 그 말은 부드럽게 스며든다. 그러나 속에는 이미 칼이 번득이고 있다. 칼은 정면에서 겨누지 않는다. 언제나 등 뒤에서, 가장 믿는 순간에 쓰인다.
역사는 구밀복검의 비극으로 가득하다. 진나라 말기의 환관 조고는 어린 황제 앞에서 늘 공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그는 비밀리에 모략을 꾸미고 권력을 장악해 왕조를 무너뜨렸다. 조선 시대에도 권문세가의 집안에는 늘 미소 짓는 첩자와 모사꾼이 드나들었다. 그들의 언사는 정제되었으나, 손에는 칼날 같은 음모가 쥐어져 있었다.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웃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웃음이 곧 신뢰를 뜻하지는 않는다. 꿀 같은 언사와 미소 뒤에는 이해관계, 탐욕, 질투가 숨어 있을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언제, 누구에게 향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구밀복검은 단순히 타인을 경계하라는 교훈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의 언어와 의도를 묻는 거울이기도 하다. 내가 흘리는 미소는 진심인가, 아니면 속셈을 감추려는 가면인가? 내 말은 꿀인가, 칼인가?
인생은 의외로 단순하다. 언어와 얼굴빛이 속마음과 일치할 때, 비로소 관계는 두려움 없는 공간이 된다. 꿀과 칼을 동시에 품은 언어는 오래가지 못한다. 칼날은 결국 자신을 향해 돌아오기 때문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은 겉으로는 달콤한 언사를 흘리지만, 속으로는 칼을 품은 태도를 뜻한다. 역사와 현실 속에서 배신은 늘 미소와 함께 다가왔다. 이 성어는 타인을 경계하는 교훈이자, 동시에 자신의 언어와 의도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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