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누구든 쉽게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 된다. 광고 속의 이상형을 따라 하고, 알고리즘이 추천한 콘텐츠에 몰입하고, 브랜드가 만들어낸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간다. 정작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뒤로 밀린다. 그 대신 ‘사람들이 좋아할 나’를 부지런히 흉내 낸다.
우리는 언제부터 스스로를 ‘설명 가능한 사람’으로 줄이고 있는 걸까? 나를 나타내는 것들이 모두 외부의 이름표가 되었을 때, 정체성은 브랜드의 목록으로 변해간다. 입고 있는 옷, 마시는 커피, 사용하는 앱, 듣는 음악. 이 모든 것이 ‘나’를 설명하지만, 과연 그것이 진짜 나인가?
질문하고 싶다.
당신은 지금 누구의 시선으로 당신을 살고 있는가?
당신의 하루는 당신이 고른 것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짜놓은 옵션에서 고른 것인가?
정체성은 선택의 결과물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 발효되는 것이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의 나, 비교하지 않을 때의 감정, 타인의 피드백이 사라진 자리에서 피어나는 내면의 문장. 그것이야말로 ‘나’를 구성하는 진짜 재료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말을 건 게 언제인가?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이 아니라, 정말 자기에게 하는 말 말이다. “괜찮아?”,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지금 이대로 좋아?”
정체성은 상품처럼 진열할 수 없다. 그것은 흔들리고, 실패하고, 스스로 민망해하는 과정 속에서 비로소 생긴다. 아이덴티티란, 자랑할 만해서가 아니라, 감당하고 싶어서 생기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당신은 지금, 당신으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짜놓은 ‘이상적인 당신’의 대역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이 질문은 정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그 물음과 함께 있는 시간이 ‘나’를 되찾는 첫 걸음이 되기를.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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