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의 배반, 예측의 무력화모든 것을 안다고 믿는 순간, 미래는 방향을 틀었다

1990년대 말, 통계학자들은 주가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었다. ‘과거는 미래의 거울’이라는 확신 아래,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계열 분석으로 시장의 움직임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는 그 믿음을 산산이 깼다. 알고리즘은 존재했지만, 인간의 공포와 탐욕을 계산하지 못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데이터를 더 열심히 모았다. 감정까지 숫자로 환원했고, 심지어 불확실성마저 정량화하려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데이터가 풍부해질수록 예측은 점점 더 실패하고 있다. 왜일까?

그 핵심에는 ‘예측이 예측을 무너뜨리는 시대’라는 역설이 있다. 인간은 데이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행동을 바꾼다. 이는 곧, 과거의 데이터가 미래를 설명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다.
예를 들어, “부동산 가격은 하락할 것이다”라는 통계적 추론이 보도되면, 사람들은 집을 팔거나 구매를 미룬다. 그런데 그런 집단적 반응은 시장을 다시 흔든다. 통계가 행동을 유도하고, 그 행동이 예측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통계는 평균을 말하지만, 인간은 평균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이는 물리학에서의 양자역학처럼, 관찰이 곧 시스템에 영향을 주는 현상과도 닮았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처럼, 측정하는 순간 대상은 변한다. 데이터 분석이 현실에 개입할 때, 그것은 더 이상 ‘객관적 예측’이 아니라 ‘행위자의 도구’가 된다.

게다가, 현대는 데이터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 시스템 위에 있다. 소셜미디어의 한 마디, AI의 자가학습, 밈(Meme)의 확산 같은 비선형 변수들이 예측모형을 쉽게 벗어난다.
즉, 데이터는 충분하지만 맥락은 부족한 시대. 통계는 존재하지만 그 해석은 분열되고, 그 해석이 행동을 촉발하며, 결국 예측은 무력화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데이터를 믿지 말아야 할까? 아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해석하는 방식, 그 해석의 결과로 발생하는 사회적 피드백 루프를 더 깊이 이해해야 한다. 데이터는 현실을 보는 창이지만, 그 창문에 비친 우리의 얼굴 또한 포함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우리는 데이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만, 오늘날은 그 예측이 사회적 해석과 반응을 낳고, 결국 예측 자체를 무력화하는 패러독스의 시대에 있다. 데이터는 더 정교해졌지만, 그것을 해석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복잡성은 오히려 예측을 더 어렵게 만든다. 통계는 설명력이 아니라 영향력을 가지는 순간, 객관성은 사라지고 미래는 다시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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