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전, 베개 위로 휴대폰 불빛이 번진다. 한 손가락이 화면을 쓸어 올릴 때마다 작은 환호가 터지고, 소리는 없는데 뇌가 시끄럽다. 웃긴 짤, 짧은 팁, 누군가의 일상. 영상 하나가 끝나기도 전에 다음이 열리고, 지루함이 목을 들이밀 순간마다 새로운 먹이가 떨어진다. 이 리듬을 부르는 이름, 도파밍. 도파민과 파밍의 결합어답게, 우리는 오늘도 손안의 광산에서 즉각 보상을 캐낸다.
도파밍의 기술은 단순하다. 짧고, 자극적이며, 다음이 항상 준비되어 있다. 우리의 주의는 낚싯바늘이 아니라 사료 급여기에 묶인다. 변동 보상은 뇌의 시간을 톱니처럼 잘게 쪼개고, 기대와 실망의 미세한 진동으로 각성도를 유지한다. 그래서 멈추기가 어렵다. 멈추는 순간, 조용해진 내 삶이 낯설어진다. 그 침묵이 두려워 우리는 다시 화면을 문다. 지루함을 견디는 힘이 약해질수록, 쾌락의 임계치는 더 높아지고, 일상의 평범한 기쁨은 맛을 잃는다.
문제는 즐거움 그 자체가 아니다. 보상의 구획이 잘게 부서지면 사고의 호흡도 따라 짧아진다. 생각이 완성되기 전에 다음 장면이 끼어들고, 기억은 갈피를 잃는다.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서로의 긴 문장을 기다려 주는 대신, 짧은 반응과 빠른 유머로 버무린 친밀감이 늘어난다. 웃음은 빈번해지지만 대화는 얕아지고, 공감은 즉시 반응의 개수가 된다. 시간은 남았는데 서사는 없다. 하루가 지나고 나면 손끝만 피곤하고, 마음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비어 있다.
도파밍이 우리를 사로잡는 이유는 분명하다. 삶이 버거울수록, 작은 보상의 잦은 낙하가 안정을 준다. 현실의 성취는 느리고 불확실하지만, 화면의 성취는 빠르고 확실하다. 그러나 그 확실함은 축적되지 않는다. 쾌락은 새것을 요구하고, 새것은 더 강한 자극을 데려온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시간을 태워도 의미가 남지 않는 소비—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다.
출구는 극단의 금욕이 아니라 리듬의 회복에 가깝다. 끝이 있는 콘텐츠를 고르고, 멈춤이 있는 장면을 의도적으로 통과시키며, 하루의 일정에 빈 칸을 남겨두는 일. 스스로를 단속하기보다 맥락을 설계하는 편이 오래 간다. 예를 들면 잠들기 전의 마지막 20분은 책의 종이 냄새로 채우고, 이동 시간엔 이어폰 대신 창밖을 듣는다. 정보의 양이 아니라 생각의 길이를 늘리는 연습, 반응의 속도가 아니라 해석의 시간을 늘리는 습관. 그때 도파민은 도망치는 약이 아니라 머무는 기쁨으로 돌아온다.
스크롤을 멈추고 고개를 들면, 방 안에 작은 소리들이 복귀한다. 냉장고의 미세한 진동, 창틈으로 스며드는 바람, 내 숨의 길이. 우리는 그 사소한 것들로 다시 하루를 짓는다. 도파밍의 시대에 필요한 건 의지의 근육이 아니라 주의의 예의다. 나의 시간을 어디에 맡기고, 무엇으로 기억을 쌓을 것인가. 내일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묻는 이 질문 앞에서, 당신의 엄지는 어디에 머무를 것인가.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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