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잎이 가르쳐주는 것들

떨어진 꽃잎이 가르쳐주는 것들

매년 봄이 되면, 동네 공원의 목련나무가 가장 먼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커다란 하얀 꽃송이가 나뭇가지를 가득 채운 모습은 마치 하늘로 날아오를 듯한 생동감으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목련 아래에서 사진을 찍고, 꽃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봄날의 짧은 순간을 만끽한다. 그러나 목련의 화려함은 오래가지 않는다. 불과 몇 일이 지나면 꽃은 바람에 맥없이 떨어지고, 잿빛으로 변한 꽃잎들이 바닥을 뒤덮는다. 마치 환희와 찬란함이 지나간 자리에 찾아오는 공허함처럼.

씨앗과 열매를 맺는 수많은 나무와 식물은 꽃으로 자신을 채운다. 그 꽃들은 화려함으로 계절을 장식하고,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그러나 우리는 간혹 잊는다. 수목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다는 사실을.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과정일 뿐, 그 자체로 완결된 존재가 아니다. 화려한 꽃일수록 일찍 떨어지고, 진정한 가치를 드러낼 열매는 그저 조용히 시간을 기다린다.

화려함에 속지 마라. 이는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가장 강렬한 메시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종종 겉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화려한 옷을 입고, 높은 자리에 올라, 명성을 얻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 믿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들의 성취가 일찍 시들어버린 꽃에 불과하다면, 진정한 열매를 맺지 못한 인생일지도 모른다.

열매는 조용히 자란다

열매가 열리는 나무는 다른 나무들보다 조용하다. 꽃을 자랑하지 않는다. 어쩌면 바람에 밀려 꽃잎이 떨어질 때, 나무는 그 순간을 아파하지 않고 견딘다. 그 이유는 나무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은 지나가는 것이고, 열매는 영원히 남을 것이기에 그렇다.

우리는 어떠한가? 삶에서 꽃을 피우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온다. 그러나 화려한 순간만을 좇아 살다 보면 열매를 맺을 시간을 놓치게 된다. 가령 사회적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관계를 소홀히 하거나, 일시적인 유행에 휩쓸려 자신의 내면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삶은 금세 공허함으로 가득 찬다. 그러나 열매는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그 과정은 단단한 내면과 끈질긴 노력을 요구한다.

 

떨어진 꽃이 남기는 것

일찍 떨어지는 꽃은 그저 허무함만을 남기는 것이 아니다. 다행히 낙화는 나무에 영양을 돌려준다. 땅으로 돌아가 새로운 생명의 밑거름이 된다. 이것이 자연의 순환이자 진실이다. 인생에서 실패하거나 잃어버린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한 거름이 되며, 우리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

화려한 꽃의 삶을 살다 떨어진 이들에게 말하고 싶다. “괜찮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이다.” 꽃이 열매를 맺는 과정에서 나무에 모든 것을 내어주듯, 우리도 우리의 시간을 통해 타인을 채우고 성장시키는 삶을 살아야 한다.

 

열매 맺는 삶

목련꽃처럼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열매는 남는다.”결국, 진정한 삶은 열매 맺는 삶이다. 그 열매는 타인을 위한 나눔일 수도 있고, 후대를 위한 지혜일 수도 있다. 남에게 자랑할 화려한 꽃이 아닌, 세상을 조금 더 풍성하게 만드는 열매로 남아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꽃의 시간을 지나 열매의 시간을 준비해야 한다.

진정으로 아름다운 나무는 열매가 열리는 나무다. 그 나무는 화려한 꽃이 떨어진 자리에 남겨진 침묵과 인내로 자신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열매는 다음 세대를 풍성하게 하고, 나무의 이름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든다.

 


김현청 | Brian Kim, Hyuncheong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Leave a Reply

Back To Top
Theme Mo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