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몇 달, 몇 해.
낯선 언어와 낯선 표정 속에서
자신의 존재가 작아지는 걸 느낄 때가 있다.
“말이 안 통해요.”
“제가 만든 음식, 낯설다고 해요.”
“애 학교에서는 제가 뭘 말해도 잘 안 들으려고 해요.”
그 외로움과 속상함은
결국 질문으로 돌아온다.
“나는 여기에 있어도 되는 사람일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언어로도, 자격으로도 되지 않는다.
오직 삶을 살아내는 방식과
그 삶을 나누는 용기로만 가능하다.
작은 나눔이 시작한 브랜드
경기도 군포에 사는 마리아 씨는
필리핀 출신의 이주여성이다.
아이 셋을 돌보며 틈틈이
필리핀 전통 간식 ‘피노이 디저트’를 만들어 동네 나눔방에 올렸다.
반응은 뜨거웠다.
“이건 어디서도 못 먹어본 맛이에요.”
“딸이 너무 좋아해요. 또 해주세요.”
처음엔 고맙다는 댓글이었지만
조금씩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이 만든 디저트에 대한
짧은 사연과 전통 문화를 브런치에 쓰기 시작했다.
지금은 ‘이주여성 요리 워크숍’ 강사이자
지역 다문화 축제의 대표 주자로 활동 중이다.
언어는 여전히 서툴지만
삶을 나누는 데에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줄 수 있는 사람인가”
이 질문이
이주여성을 단순한 적응자가 아니라
로컬 브랜드의 창작자로 변화시킨다.
그들은 이미
-
이국의 음식과 문화,
-
다른 육아 방식과 교육 철학,
-
독특한 손재주와 시각
등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산을 갖고 있다.
문제는 그것이 드러나지 못하고,
이야기되지 못하는 데 있다.
브랜드는 재능보다 목소리에서 시작된다.
당신의 언어는 조금 서툴러도
당신의 삶은 완전하다
당근마켓, 브런치, 인스타그램—
누구보다 진심이 담긴 콘텐츠가 필요한 공간이다.
글이 어렵다면 사진 한 장,
말이 서툴면 목소리 대신 레시피,
설명이 부족하다면 손끝의 기록이라도 좋다.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정체성,
그 자체가 바로 당신의 브랜드가 된다.
이주여성은 이방인이 아니라,
로컬의 가능성이다
다문화는 ‘문제’가 아니라
이 동네가 더 풍요로워지는 방식이다.
그리고 당신이 먼저
자신을 ‘숨기지 않기로’ 결심할 때,
동네는 변화한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따뜻함,
정체성을 나누는 용기,
그리고 자존감 있게 살아가는 태도.
이것이야말로
동네를 바꾸는 가장 아름다운 브랜드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