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라고 부르는 이 세계는 과연 진짜일까? 우리가 인식하는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구분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공상과학으로 취급되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고, 우리가 사는 세계는 어쩌면 누군가의 옛 SF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들이 펼쳐지고 있는 곳인지도 모른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17은 이런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인간 복제가 일상화된 미래, 죽음을 초월하는 존재의 가치, 기술과 인간성이 공존하는 방식은 여전히 SF의 영역으로 보이지만, 그것이 과연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당신은 몇 번째 미키입니까?” 친구 ‘티모’와 함께 차린 마카롱 가게가 쫄딱 망해 거액의 빚을 지고 못 갚으면 죽이겠다는 사채업자를 피해 지구를 떠나야 하는 ‘미키’. 기술이 없는 그는, 정치인 ‘마셜’의 얼음행성 개척단에서 위험한 일을 도맡고,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익스펜더블로 지원한다. 4년의 항해와 얼음행성 니플하임에 도착한 뒤에도 늘 ‘미키’를 지켜준 여자친구 ‘나샤’. 그와 함께, ‘미키’는 반복되는 죽음과 출력의 사이클에도 익숙해진다. 그러나 ‘미키 17’이 얼음행성의 생명체인 ‘크리퍼’와 만난 후 죽을 위기에서 돌아와 보니 이미 ‘미키 18’이 프린트되어 있다. 행성 당 1명만 허용된 익스펜더블이 둘이 된 ‘멀티플’ 상황.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하는 현실 속에 걷잡을 수 없는 사건이 기다리고 있었으니… “자알 죽고, 내일 만나”
현실이라는 믿음과 그 불확실성
우리는 흔히 현실을 객관적인 사실로 간주하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뉴턴의 물리학이 절대적 진리처럼 여겨지다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등장하며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처럼, 현실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끊임없이 변한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변화를 더욱 가속화한다. 양자역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물리적 세계가 관찰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며, 가상현실과 인공지능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 뉴럴링크와 같은 기술이 인간의 뇌를 직접 기계와 연결할 날이 머지않았고, 현실과 가상공간이 융합되는 메타버스가 확장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실이라고 믿는 것이 과연 진정한 현실일까? 아니면 단지 기술과 사회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하나의 프레임일 뿐일까?
서울의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지구 반대편의 오지가 낯설고 신비로운 미지의 공간처럼 느껴지겠지만,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것이 곧 ‘리얼리티’다. 마찬가지로, 현재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기술과 문명은 과거 어느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상상조차 어려운 SF였을 것이다. 우리는 결국, 누군가의 미래 속을 살아가고 있다.
SF, 상상의 영역에서 현실로
과거에는 공상과학이라 불리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기술, 우주 여행은 한때 SF 소설에서나 가능했던 이야기였다. SF는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가능성을 탐색하는 장르였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은 이런 SF적 상상력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원작 소설 미키7은 ‘소모 가능한 인간(Expendable Human)’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우주 탐사에서 죽음을 맞이한 인물은 복제되어 다시 태어나고, 기억은 이어지지만 육체는 새롭게 만들어진다. 이 설정은 완전한 허구처럼 보이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과 뇌 데이터 저장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를 보면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미 인간의 뇌파를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장기 배양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SF는 상상의 영역에서 출발하지만, 결국에는 현실로 변모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이 시대도, 불과 한 세기 전 사람들에게는 꿈속에서나 가능한 미래였다. 버튼 하나로 전 세계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고, 작은 기계 하나로 우주의 끝을 관측하며, 손끝 하나로 삶을 편리하게 바꾸는 세상.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현실이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살고 있는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이 꿈꾸던 SF 속 세계에 존재한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가 믿는 현실의 경계는 불분명하다. 과거의 SF가 현실이 되었듯, 오늘날의 SF도 언젠가는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판타지는 인간의 감정을 담아 현실을 은유하고, SF는 기술적 가능성을 통해 현실을 확장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가 리얼리티, SF, 판타지를 단순한 장르로만 구분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17이 던지는 질문도 결국 이것일 것이다.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미래를 살아가고 있다. 누군가는 이 세계를 동경하며, SF라고 부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현실이 누군가의 꿈속 세계라면, 우리는 그 꿈을 제대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우리가 가진 것들에 대해 조금 더 감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조금 더 신중하게 고민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깨달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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