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트로이 전장 한복판에서
아킬레우스와 파트로클로스는
칼날보다 단단한 충성의 맹세를 주고받았다.
그 약속이 깨진 순간,
전장은 곧바로 친구의 죽음과 영웅의 광기로 물들었다.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으로 넘어가 보자.
헨리 8세는
“그의 약속은 한때 위대했으나, 실행은 지금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조롱을 듣는다.
반면 『Measure for Measure』 속 한 관리인은
“약속을 지키는 자”라는 명성 하나로
무너진 도시의 질서를 봉합해 낸다.
샤를마뉴 대제는 백성에게 충성 서약을 요구하며 제국을 묶어 냈고,
성서 속 이스라엘은 신과의 언약을 지킬 때만 사막에서 살아남았다.
『삼국지』의 관우는 “끝까지 목숨을 바치겠다”는 약속을 실천해
적군에게조차 존경을 받았다.
수천 년에 걸쳐 반복된 한 가지 교훈.
약속은 공동체를 세우고, 약속 파기는 파국을 부른다.
지금 우리에게는
“그건 그냥 해본말이지”라는
면죄부가 너무 쉽게 주어진다.
말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평판이고,
당신의 신뢰며,
당신이라는 사람의 무게다.
분명하게 말하라.
두루뭉술한 말은
책임지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대충”, “아마도”, “그럴 수도”라는 말 뒤에는
언제나 회피가 숨어 있다.
의도를 명확히 밝히는 사람은
자신의 말에 책임질 준비가 된 사람이다.
듣기는 더 어렵다.
우리는 대화를 하면서 듣지 않고
답을 준비한다.
말을 끊고, 요점을 추정하며
자기 확신만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진심으로 듣는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를 한순간이라도 빌려보겠다는 태도다.
그건 감정 노동이 아니라
존중의 시작이다.
그리고, 말했는가?
그럼 지켜라.
약속을 쉽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약속을 쉽게 깨지 않는 사람이 되라.
신용은 은행에서만 따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지켜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간 계약’이다.
사람은 실수로 미워지지 않는다.
그러나 “말을 안 지키는 사람”은
다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말은 무기이기도 하고, 방패이기도 하다.
그 무게를 아는 사람만이
가볍지 않은 삶을 살아낸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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