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를 아는 사람TMI는 관계의 거리감을 흐리는 언어다

우리는 누군가와 가까워지고 싶을 때
더 많이 말하려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는 것이
곧 친밀함의 증표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말들이 선 넘는 정보로 변하기 시작한다.
“우리 집은 숟가락이 몇 개인까지”하는 말은
더 이상 유쾌하지 않게 들리지 않는다.
듣는 사람은 지치고,
말한 사람은 곧 후회한다.

TMI,
즉 Too Much Information.

필요 이상의 사적인 정보는
때로는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무게를 상대에게 떠넘기는 결과가 된다.
“이 정도 말했으면, 너도 내 편이 돼야 해.”
“내가 이렇게 다 얘기했으니, 너도 너의 걸 꺼내야 해.”
무의식적으로 그런 기대와 압박이 실리는 것이다.

그건 오히려 진짜 친밀함을 방해한다.
관계는 한 번에 깊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다져지는 신뢰의 축적
이다.
말은 그 축적을 돕는 도구이지,
밀어붙이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심리학자 칼 로저스(Carl Rogers)는
깊은 인간관계를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이 ‘진정성(authenticity)’이라고 말했지만,
그 진정성은
‘얼마나 솔직하게 말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배려 깊게 나눴는가’로 결정된다.

TMI를 줄이는 건
비밀을 숨기는 게 아니다.
경계 있는 공유는 상대에 대한 존중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내가 내 이야기를 너무 쉽게 흘릴수록
그 이야기는 가벼워지고,
나라는 사람의 중심도 흐려진다.

말의 깊이는
많이 말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어떤 말을
어떤 방식으로 꺼내느냐에 따라 다르다.

혹시 요즘
내 말이 너무 많았던 건 아닐까.
내 감정을 다 털어놨지만
마음은 더 허전했던 건 아닐까.

조금 덜 말하고,
조금 더 들어보자.
말하지 않은 부분에서
관계는 깊어지고,
존중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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