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닿는 순서잘 말하는 것보다, 잘 들리게 말하는 것

누군가는 말을 참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단어가 매끄럽고, 문장이 모난 데 없이 흘러간다.
적절한 비유를 끌어오고, 듣는 이의 반응까지 고려한다.
그들의 말에는 빈틈이 없다.
그러나 때때로, 마음이 없다.

말은 늘 내가 먼저 한다.
그러나 말이 닿는 순서는 상대가 먼저다.
내가 건넨 문장이 어떤 마음에 도착할지,
그 문장 하나로 어떤 감정이 움직일지,
그 가능성에 대해 미리 상상해보는 사람,
그가 바로 말을 ‘잘 듣는’ 사람이다.

좋은 말은 단순히 정확하거나 명쾌한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말이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가닿기까지는
수많은 결심과, 수많은 절제가 필요하다.
말을 하기 전에 멈칫하는 순간들,
그 안에 예의와 사려가 숨어 있다.

누군가의 사정을 모를 때,
어떤 단어는 칼이 되고, 어떤 문장은 빗장이 된다.
그렇기에 말을 잘한다는 건
내 언어에 타인의 체온을 허락하는 일이다.

잘 들리게 말한다는 건 결국,
‘말의 중심’에서 나를 반 발짝쯤 물러세우는 것이다.
나의 진심을 나의 방식으로만 전달하지 않겠다는 선언,
그 언어 윤리 안에서, 우리는 서로를 덜 아프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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