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사이의 침묵을 듣는 법남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를 존중한다는 뜻

말은 빠르지만, 마음은 느리다.
어떤 사람은 말이 끝난 줄 알고 끼어들지만,
사실 그 사람은 아직 마음속 문장을 다 꺼내지 못했다.
말끝을 흘리거나 뜸을 들이는 그 순간에도
사람은 자신만의 속도로 감정을 정리하고,
단어를 고르고,
말과 마음을 잇고 있다.

그 순간을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를 끊어버리는 사람이 있다.
전자는 관계를 잇고,
후자는 관계를 끊는다.

말을 자른다는 건
단지 대화를 가로막는 것이 아니다.
그 사람이 아직 다 하지 않은 마음의 일부를
무시해버리는 행위
이기도 하다.
그 말 한 줄에,
그 뜸 들이는 침묵에,
삶의 조각 하나가 담겨 있었을지도 모른다.

경청이란 기술이 아니다.
경청은 태도다.
‘너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작은 선언이자,
‘네가 다 말할 때까지 기다릴 줄 아는 존중’이다.

말을 잘하는 사람은
말의 리듬을 안다.
하지만 말을 깊이 아는 사람은
침묵의 길이도 존중할 줄 안다.

어쩌면 듣는다는 건,
상대의 생각을 듣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존재 방식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속도가 느린 사람도 있고,
생각을 말로 옮기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사람도 있다.
그들을 자꾸 자르면,
그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아예 꺼내지 않게 된다.

가장 지혜로운 대화는
내 말이 막힘없이 흐르는 대화가 아니라,
상대의 말이 끝까지 흐를 수 있도록
길을 내주는 대화다.

누군가의 말에 끼어들고 싶은 순간이 온다면
한 박자 쉬어보자.
그 쉼이 어쩌면
그 사람의 마음을
처음으로 다 들을 수 있는 순간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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