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배수구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이거였다.
“누구를 불러야 하지?”
하지만 잠시 멈췄다.
그보다 먼저 해봐야 할 일이 있었다.
원인을 찾는 일.
매뉴얼을 읽는 일.
드라이버를 꺼내는 일.
우리는 고장 앞에서 너무 쉽게 외주를 맡긴다.
수리도, 정리도, 관계도.
문제가 생기면 ‘전문가’를 부른다.
물론 그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질문이 있다.
“내가 이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삶을 감당하는 태도에 관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난 기계엔 약해.”
“나는 손재주가 없어.”
하지만 그건 타고난 게 아니라
훈련되지 않은 것뿐이다.
두려움은 무지를 자라게 하고,
무지는 결국 의존을 낳는다.
당신은 당신 집의 ‘첫 번째 기술자’인가?
전구를 갈고, 변기 커버를 조이고,
문 틀의 헐거운 경첩을 고치는 사람인가?
아니면 늘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인가?
작은 고장을 스스로 고치는 사람은
문제를 보는 눈이 생긴다.
이해하고, 분해하고, 정리하고, 복원하는 훈련.
이것이 결국
삶의 더 큰 고장을 만났을 때
당황하지 않는 내공이 된다.
무기보다 도구에 익숙한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
고치는 사람은 부수지 않는다.
그는 다듬고, 덧붙이고, 다시 세운다.
망가지지 않는 집은 없다.
문제는
그 집을 ‘누가’ 어떻게 고치느냐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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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