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왜 피트니스장에 등록하고, 거울 앞에서 팔을 힘주며 셀카를 찍는가?”
이 질문은 마케팅 관점에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어떤 인간의 ‘욕망’이 지속 가능한 수요를 만들고
그 욕망이 ‘문화’로 자리잡을 때,
그 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된다.
남성 소비시장의 가장 강력한 뿌리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망’이다.
그 욕망은 진화심리학의 유산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자기계발’이라는 이름으로 매출을 일으키고 있다.
이성의 욕망, 수천 년을 지배한 심리
진화생물학자 데이비드 버스(David Buss)는
《The Evolution of Desire》(1994)에서
남성의 짝짓기 전략이 시각적 자극에 강하게 반응하며,
**“성적 경쟁에서의 우위를 확보하려는 행동”**이
현대의 ‘외모 관리’, ‘피트니스’, ‘차량 선택’, ‘직장 선호’에도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이 말은 곧, 남성이 휘두르는 카드의 방향이
‘이성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곳에 꽂힌다는 뜻이다.
현대의 데이팅 앱, 헬스장, 패션, 향수, 그루밍 산업은
그 ‘매력 경쟁 시장’의 변형된 전장이다.
데이팅 앱 – 스와이프에 감춰진 본능의 메커니즘
2012년 출시된 ‘Tinder’는
10년 만에 전 세계 190개국, 누적 다운로드 5억 회를 기록했다.
2023년 1분기 기준 Tinder의 글로벌 유료 사용자 수는 1,020만 명(Statista)
월 20~30달러의 구독료로 단순 계산해도 연매출은 수조 원에 달한다.
데이팅앱은 단순한 만남의 플랫폼이 아니다.
- 이성의 인정을 받고 싶은 욕망
- 선택받을 수 있다는 자기존중감
- 다른 이보다 더 나아 보이고 싶은 경쟁 본능
이 세 가지를 조합한 감정 자극 모델이다.
Tinder는 ‘우연히 나를 스와이프 해준 이성’이라는
선택의 경험을 게임화하면서 남성 심리를 완벽히 설계했다.
피트니스 – 바디프로필은 종교고, 거울은 제단이다
2018년 이후 한국에서 ‘바디프로필’ 붐이 일었다.
남성들 사이에서 “멋진 몸을 만들어 기록하자”는 열풍이 번졌다.
이는 단순한 건강이 아니라,
‘나의 매력을 시각적으로 증명’하려는 욕망의 결과다.
서울 강남구의 유명 PT 브랜드 ‘정봉재짐’은
한 달 수강료만 수백만 원을 호가하지만,
대기자 명단은 줄지 않는다.
이들은 “자기만족”을 말하지만,
그 만족이란 결국 타인의 반응을 전제한 자기확인 욕망이다.
심리학자 아브라함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 이론에서
‘존경의 욕구’는 자아실현보다 앞선다.
즉, 타인의 시선에 근거한 자기정체성 확립이 더 선행되는 것이다.
남성 그루밍 – ‘꾸안꾸’는 전략이다
2000년대 중반, 남성용 화장품 시장은 미약했다.
그러나 2020년대에 접어들며
‘옴므케어’, ‘스킨부스터’, ‘리프팅’, ‘마스크팩’이
남성의 소비 품목에서 중요한 카테고리로 떠올랐다.
●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2023년 남성 전용 화장품 매출은 3년간 연평균 12%씩 성장 중이며,
LAB SERIES와 같은 해외 브랜드도 ‘하이엔드 남성 시장’을 공략 중이다.
‘꾸민 듯 안 꾸민 듯’한 이미지,
그러나 결코 아무것도 안 한 게 아닌 철저한 계산된 매력화 전략.
그 중심엔 “이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고 싶다”는,
인류 수십만 년의 욕망이 작동하고 있다.
반복 구매, 브랜드 충성, 성취감까지… 왜 이 산업은 망하지 않는가?
남성 소비자는 전통적으로
“실용”과 “기능”을 중시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데이팅앱과 피트니스, 그루밍은
‘심리적 기능’을 중심으로 소비된다.
다이어트를 하다가 실패해도
“이번엔 PT 등록해서 해보자”
Tinder에서 매칭이 안 돼도
“골드 구독하면 괜찮아질지도 몰라”
향수를 뿌리고 나갔는데
이성과 대화를 못 해도
“다음엔 좀 더 진한 걸 써볼까?”
이 소비의 순환 구조는
반복적 좌절이 다시 소비를 부추기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사업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핵심이 된다.
욕망은 포화되지 않는다, 진화한다
남성의 ‘성적 매력 욕망’은 포화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어도, 결혼을 해도, 사회적 지위를 얻어도
그 욕망은 형태만 바꾼 채 지속된다.
- 연애 앱에서 결혼 정보 앱으로
- 피트니스에서 의료·체형 교정 산업으로
- 남성용 화장품에서 시니어 피부 솔루션으로
산업은 본능에 맞춰
나이 드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욕망의 언어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