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③]
여자는 거울 앞에서 감정을 결제한다외모는 숫자가 아닌 기분이다. 여성 소비의 핵심은 '기분의 증명'이다

[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③] <br>여자는 거울 앞에서 감정을 결제한다<span style='font-size:18px;display: block;'>외모는 숫자가 아닌 기분이다. 여성 소비의 핵심은 '기분의 증명'이다

“이 화장을 하면 기분이 달라져요.”
“다이어트를 하면 삶이 정리되는 느낌이에요.”
“예뻐지고 싶다기보다, 그냥 나를 회복하고 싶은 거예요.”

여성 소비자는 단순히 외모를 ‘개선’하기 위해 지갑을 여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외모를 통해 감정과 자존감을 정돈하고,
삶의 질서를 재편하려는 움직임
속에서 소비를 결정한다.

그래서 여성에게 외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다.
즉, 예뻐지기 위해 화장하는 것이 아니라,
기분을 바꾸기 위해 립스틱을 바른다.

이것이 남성과 완전히 다른 소비 심리의 구조다.
남성의 소비가 ‘보이는 경쟁’을 전제로 한다면,
여성의 소비는 ‘느끼는 기분’을 중심으로 순환한다.
그리고 이 감정의 순환이야말로
뷰티, 다이어트, 성형, 패션 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끈질긴 본능의 연료다.

‘예뻐지고 싶은 게 아니에요, 그냥 나를 되찾고 싶은 거예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미용의료 소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20~39세 여성의 53%가 생애 한 번 이상 미용 시술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중 상당수는 성형보다 ‘리프팅’, ‘주사’, ‘보톡스’와 같은 비수술 시술에 집중돼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아니라,
“기분 좋은 변화”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외모의 변화가 아니라
자기감정 회복의 루틴이다.
피부가 달라졌을 뿐인데 삶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느끼고,
턱선을 정리했을 뿐인데 관계의 스트레스가 줄었다고 믿는다.

이 믿음은 거짓이 아니다.
그 자체로 실존적 만족과 감정적 회복을 제공하는 소비 메커니즘이다.

외모는 숫자가 아니다, 기분이다

코스메틱 브랜드 ‘샤넬’은 2021년 광고 캠페인에서
‘BECAUSE I’M HAPPY’라는 문구를 내세웠다.
이 캠페인은 “내가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화장을 한다는 감정 중심의 서사를 강조했다.

이는 ‘기능성’을 외치던 기존의 마케팅과는 전혀 다르다.
SPF 지수나 커버력, 지속력보다 먼저 강조된 건
“느낌”과 “기분”이었다.

2023년, 설화수는 ‘윤조에센스’를
“피부 밸런스를 잡아주는 루틴”에서
“나를 정돈하는 의식(ritual)”으로 포지셔닝했다.
이는 소비자에게 “감정의 시간”을 제공하는 프리미엄 경험화 전략이다.

즉, 여성이 외모에 지출하는 비용은
‘외모 개선’이 아니라
“기분 회복을 위한 감정의 렌탈료”인 셈이다.

‘기분전환’이라는 말 뒤에 숨은 반복구매 시스템

“요즘 우울해서 쇼핑 좀 했어요.”
이 문장은 자주 들리지만,
사실 이 말은 엄청난 경제적 함의를 담고 있다.

기분전환이란 말은
① 일시적인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소비이고
② 감정을 해소한 후에는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신호이며
다음에도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소비 루틴이다.

서울대학교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
“여성 소비는 점점 기능적 가치보다 감성적 접점을 중시하는 경향으로 이동 중이며,
특히 2030세대는 소비를 자기기분을 조절하는 행위로 정의한다”고 분석했다.

이 말은 곧
‘기분이 다운되면 소비가 필요해진다’는 패턴이
구조화되었다
는 의미다.
이 구조 속에서 뷰티 브랜드들은
정서적 문장을 카피로 쓰고,
감정의 스토리를 제품에 담기 시작한다.

왜 여성의 소비는 ‘이성’보다 ‘감정’을 향하는가?

남성의 소비가 ‘이성(타인)’을 의식한 매력 어필이라면,
여성의 소비는 자신의 감정 회복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이는 곧 ‘브랜드 충성도’로 이어지기 쉽다.
왜냐하면 소비자 본인이 “이 브랜드와의 루틴이 나를 회복시켜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 라네즈는 “피부도 감정도 균형이 중요하다”는 슬로건으로
2030 여성 대상 수면팩 마케팅을 재정의했고,
● 글로시에(Glossier)는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드는 뷰티”를 통해
메이크업을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바꿨다.

여성은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한 소비보다
“지금의 나를 확인하고 싶어서” 지갑을 연다.
이 욕망은 더 복잡하고, 더 오래 지속된다.

성형은 바뀌었고, 미의 기준은 감정이 되었다

한때 성형은 뚜렷한 변화를 위한 것이었다.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쌍꺼풀을 만든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예뻐지고 싶어요.”
“피곤해 보이지 않게만 해주세요.”
“내 얼굴을 유지하면서 어려 보이게.”

이는 ‘표준미’를 좇는 시대에서
‘감정미’를 추구하는 시대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 2023년 기준, 한국의 비수술 미용 시술 시장은
2조 1천억 원 규모로 집계되며,
전체 미용의료 시장의 67%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출처: 대한미용의학회, 헬스케어산업보고서)

즉, “조금 더 나아지는 느낌”은
수술보다 더 많은 소비를 유도하고,
더 자주 반복되며,
더 강한 충성도를 만든다.

거울은 단순한 반사체가 아니다. 감정의 스크린이다

거울 앞에 선 여자는 타인의 시선을 상상하는 동시에
자기 안의 감정을 확인한다.

오늘 거울 앞에서 보이는 내가
어제보다 “덜 피곤해 보이고”,
조금 “기분 좋아 보인다면”
그날은 살 만한 하루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여성 소비는
‘거울 속의 나’와 ‘내가 되고 싶은 나’ 사이의
감정적 간극을 메우기 위한 반복행위다.

그리고 이 반복이
뷰티 브랜드의 생명줄이고,
마케팅이 ‘효과’보다 ‘스토리’를 강조하는 이유다.

여자의 소비는 거울에 묻어 있는 감정의 흔적이다

뷰티 산업이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산업이 외모가 아니라 감정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단지 예뻐지고 싶은 것이 아니다.
회복되고 싶고, 정돈되고 싶고, 확인받고 싶은 것이다.
그 마음이 지갑을 연다.
그리고 그 마음이 반복된다.
그래서 이 산업은 절대 망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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