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⑥]
부자는 ‘벌기 위해서’보다 ‘잃지 않기 위해서’ 결제한다공포는 수익보다 강하다. 손실 회피 본능이 만든 초고가 시장의 구조

[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⑥] <br>부자는 ‘벌기 위해서’보다 ‘잃지 않기 위해서’ 결제한다<span style='font-size:18px;display: block;'>공포는 수익보다 강하다. 손실 회피 본능이 만든 초고가 시장의 구조

“돈을 버는 것보다,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합니다.”
이 말은 부자들의 투자 조언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그 말은 단지 겸손의 언어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 완벽한 소비 행위의 정당화다.

부자는 기회를 보고 움직이지 않는다.
리스크를 감지하면 즉시 반응한다.
그들은 공포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해 돈을 쓰고,
자산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 조력자, 알고리즘, 정보에
수천만 원을 아낌없이 투자
한다.

그들이 결제하는 건 제품이 아니다.
‘손실을 예방했다’는 감정의 평온이다.
그리고 이 감정은,
최상위 계층만을 위한 비가시적 시장을 만든다.

손실 회피는 본능이다 – 더 강렬하고 오래간다

행동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는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사람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같은 액수의 이익보다, 동일 액수의 손실이
2배 이상의 부정적 감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특히 자산이 클수록 명확하게 작동한다.
100만 원을 가진 사람에게 10만 원은 중요하지만,
100억을 가진 사람에게 10억은
감정적 패닉과 평판 리스크, 통제력 상실의 공포를 유발한다.
그래서 그들은 잃지 않기 위해 ‘더 많이’ 결제한다.

초고가 금융 상품은 ‘수익률’보다 ‘방패력’으로 팔린다

PB센터, 프라이빗 뱅킹, 패밀리오피스, 법인절세컨설팅…
이 시장은 ‘고수익’이라는 미끼로 유입되지만,
고객이 최종적으로 결제하는 이유는 하나다.
“이 시스템이 내 자산을 지켜줄 수 있는가?”

한국 자산가 상위 1%는
평균적으로 3명 이상의 ‘비공식 금융조언가’를 두고 있으며,
이들에게 월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이르는 자문료를 지불한다.
(출처: KB금융 자산관리 보고서, 2023)

그들이 사는 것은 데이터가 아니다.
예측과 대응, 인간적 친밀감, 그리고 불확실성을 줄이는 통제감이다.

고급 보험, 리스크 컨설팅, 고액 상속 설계 – 손실의 심리적 방패

부자는 병원을 찾지 않는다.
그들은 ‘헬스케어 컨시어지’를 부른다.
고액 보험은 단순한 병원비 보장 수단이 아니라,
질병의 조기 진단과 ‘통제 가능성’ 확보를 위한 서비스다.

● VIP 의료보험 시장은 2023년 기준 연평균 18% 이상 성장 중이며,
가입자 1인당 월 보험료는 150만 원에 달한다.
(출처: 삼성화재, 교보라이프플래닛 보고서)

그들은 ‘질병’이 아니라
‘질병으로부터 통제력을 잃는 상황’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래서 모든 보험은
“리스크를 제거했다는 감정”을 팔고 있다.

이 감정은 데이터보다 더 단단하고,
그래서 더 쉽게 결제된다.

부자는 자산을 나누지 않는다, 분산시킬 뿐이다

상속 컨설팅 시장 역시 이 맥락 위에 있다.
부자에게 상속은 감정의 문제이자 리스크의 뇌관이다.
가족 간 분쟁, 세금 누수, 이미지 실추, 권력 균형 붕괴…
이 모든 요소가 “돈을 잃는 것” 이상으로 무섭다.

그래서 프라이빗 상속 설계사들은
1시간에 100만 원 이상의 컨설팅 비용을 청구하고,
이 시장은 이제
“가업승계 전문가”라는 독립 산업을 낳고 있다.

부자의 세계에서
“지킨다”는 말은
“더 큰 결제를 정당화하는 심리적 근거”다.

초고가 시장은 비교하지 않는다, 존재 그 자체가 상품이다

소득 하위 계층이 ‘비용대비 효과’를 따질 때,
상위 1%는
“이 선택이 나를 얼마나 더 안심시키는가”만을 따진다.

● 홍콩에 본사를 둔 글로벌 패밀리오피스 ‘트리오네 캐피탈’은
가입비만 10만 달러, 연회비 5만 달러지만
상위 0.01% 자산가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수익률보다
“위험이 나보다 먼저 발견되는 시스템”을 사고 있다.

● 한국 내에서도 ‘하나금융, 삼성증권, 미래에셋’ PB센터에서는
연봉 수억의 세무사, 회계사, 의사, 변호사들이
‘하나의 고객’을 위해 리스크 대응 전담팀으로 구성된다.
이 조직은 ‘금융’보다 ‘평온’을 판다.
그리고 이 평온은,
일반인은 상상도 못할 가격에 팔린다.

이 시장은 작지만, 가장 망하지 않는다

고소득층의 시장은 작다.
하지만 극도로 견고하고,
소수의 결제로도 막대한 수익을 발생시킨다.

왜냐하면 그들의 소비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공포 회피”라는 본능의 자극 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경제가 흔들릴수록,
세금제도가 복잡해질수록,
글로벌 리스크가 커질수록
더 민감하게 반응하며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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