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은 사고 싶은 게 아니라, 보여주고 싶은 거예요.”
“그냥 나 이 정도는 돼, 이 말 한 마디 하고 싶은 거죠.”
“이 가방, 이 호텔, 이 레스토랑… 다 그 말 대신인 거예요.”
사람은 사랑보다 인정에 더 목마르다.
이 본능은 인간 사회가 시작된 이래로 단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
가난해도 한 끼 외식은 사진을 찍고,
돈이 없어도 해외여행 사진은 남기고,
갤러리에 전시된 것보다 인스타그램에 전시된 내가 더 중요한 시대다.
하이엔드 소비는 더 이상 품질의 영역이 아니다.
그건 ‘존재의 선언’이고,
‘인정받고 싶은 본능’의 가장 정교한 도구다.
그리고 이 욕망은 단순히 명품을 사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서사의 구성자’로 소비자를 참여시킨다.
“이걸 샀다”는 말보다 “이걸 아는 내가 중요하다”
명품 소비의 본질은 이제 ‘브랜드’가 아니다.
‘이 브랜드를 고른 나의 안목’에 대한 인정욕구다.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전통 명품 브랜드들이
이제 ‘로고를 줄이고’ ‘디테일을 강화’하는 이유는,
“아는 사람만 아는” 소비를 위해서다.
● 2023년, 루이비통은 전 세계 매출 94조 원을 기록했는데,
신규 유입보다 기존 충성고객의 ‘업셀링’ 전략이 효과를 발휘했다.
즉, 명품 소비는 브랜드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자기 이미지”를 쌓는 행위가 된 것이다.
“저 사람은 이런 브랜드를 아는구나.”
“그 정도 위치에 있는 사람이구나.”
이런 비언어적 평가가 가능한 구조,
그게 바로 명품 소비의 핵심이다.
인증경제 – “나를 봐줘”가 상품이 되는 시대
이제 명품을 사는 것보다 중요한 건
“명품을 소유한 나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SNS 플랫폼은
‘인정욕구 기반 소비’를 데이터화하여
광고, 콘텐츠, 쇼핑까지 연결시키고 있다.
이른바 인증경제(Certification Economy)는
실제 소비보다 노출 가능한 경험이 더 높은 가치를 갖는 시장이다.
“한남동에서 브런치 했다.”
“파리에서 에펠탑을 배경으로 사진 찍었다.”
“이번엔 구찌에서만 나오는 한정판을 샀다.”
이건 ‘행동’이 아니라 ‘표현’이다.
그리고 그 표현은 ‘자기존재의 마케팅’이 된다.
사람은 이제 상품을 사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플렉스와 무지출의 공존 – 과시의 이중성
흥미롭게도 이 시대는
플렉스(Flex: 과시적 소비)와
무지출 챌린지(No-spending challenge)가 동시에 유행한다.
하지만 이 둘은 반대가 아니다.
모두 ‘인정’이라는 본능을 다른 방식으로 표출하고 있을 뿐이다.
플렉스는 “나 이만큼 벌었다”는 메시지이고,
무지출은 “나는 이렇게 절제할 줄 안다”는 선언이다.
즉,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
모두 타인의 인정 욕구에 기반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고가’를 강조하기도 하고,
‘절제의 미학’을 강조하기도 한다.
● 무인양품, 코스(COS), 아르켓 같은 브랜드는
‘절제와 안목’을 동시에 만족시키며
‘하이엔드 미니멀리스트’의 정체성을 제공한다.
보여주는 소비는 끝이 없다 – 하이엔드 시장은 감정의 사다리
2024년 기준 전 세계 럭셔리 시장은
약 1,600조 원 규모로 집계되며,
그중 60% 이상은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의 소비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Bain & Company Global Luxury Report)
이들이 바라는 건
단지 ‘좋은 것’이 아니라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좋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명품 브랜드들은
- 고급 호텔과의 협업
- 프라이빗 클럽 운영
- VIP 전용 컬렉션
등을 통해 ‘접근 자체가 선택받은 감정’을 제공한다.
하이엔드 시장은 단순히 고가 상품이 아니라
“감정적 상위 포지셔닝”의 거래소다.
보이지 않는 인정도 시장이 된다 – 프라이빗의 진화
진짜 부자일수록,
진짜 소비자일수록,
드러내지 않고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을 원한다.
그래서 하이엔드 브랜드는
로고를 작게, 디테일을 은밀하게,
서비스는 초개인화로 진화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인정을 필요로 하되,
그것을 더 고급스럽게 연출하고 싶다”는 본능을 향한다.
이 시장은 없어지지 않는다.
‘인정받고 싶은 욕망’은,
사랑보다 오래가고,
소속보다 강력하며,
가장 비싸게 팔리는 감정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잡담할까요?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하고 싶은 사업자, 창업자, 청년기업, 여성기업, 프리랜서 →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