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⑨]
중독은 서비스가 아니라 감정의 도핑이다자극과 보상, 중독의 본능이 만들어낸 무한 재생의 시장

[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⑨] <br>중독은 서비스가 아니라 감정의 도핑이다<span style='font-size:18px;display: block;'>자극과 보상, 중독의 본능이 만들어낸 무한 재생의 시장

“하루에 한 번은 꼭 들어가요. 아무 생각 없이.”
“딱 5분만 보려 했는데 한 시간 지났더라고요.”
“그게 나한테 딱 맞춰서 계속 떠요. 끊을 수가 없어요.”

이건 마약 이야기가 아니다.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넷플릭스, 배달앱, 쇼핑앱, 웹툰앱…
우리 손안의 세계가
중독이라는 이름의 신경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기술로 구성되었지만,
감정의 파고를 정밀하게 읽는 ‘도핑 알고리즘’에 의해 강화된다.

사람은 자극과 보상 사이에 취약한 존재다.
자극은 멀리 있으면 무뎌지고,
보상이 늦으면 불안해지며,
그 사이의 공백을 못 견디기에
계속해서 손을 뻗는다.

그리고 그 손길은 매번 결제를 낳고,
광고를 눌러주고,
재방문과 체류시간이라는 데이터로 전환된다.
이것이 중독 비즈니스의 본질이다.

중독은 ‘반복 욕구’가 아니라 ‘감정 구조’다

심리학자 버르허 프레드릭슨은
중독의 핵심은 의존성(dependency)이 아니라
자기 조절력 상실(loss of self-regulation)에 있다고 말했다.
즉, 중독은 물질이 아니라
감정의 흐름이 무너진 상태라는 뜻이다.

사람은 피로하거나 외롭거나 우울할 때
“딱 한 번만”을 외치며
자극의 세계에 접속한다.
그리고 그 자극이 익숙해질수록,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중독형 플랫폼은
더 자극적인 콘텐츠, 더 짧은 영상,
더 강한 알림, 더 정밀한 추천
으로
사용자의 감정 리듬을 탈취한다.

‘내 취향을 너무 잘 아는’ 플랫폼의 함정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는데,
그 앱은 그걸 알아서 추천해줘요.”

이 문장은 오늘날 가장 무서운 칭찬이다.
AI 기반 알고리즘은 사용자보다 더 사용자에게 집착한다.
그것은 선택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습관을 만드는 기술이다.

  • 넷플릭스는 사용자 취향에 맞춘 추천 콘텐츠로 시청 시간의 80%를 점유하며
  • 유튜브는 홈 피드와 Shorts 알고리즘만으로 체류 시간의 70%를 차지한다.
  • 틱톡은 단 15초의 영상으로 하루 평균 사용 시간 89분을 유도한다.
    (출처: Sensor Tower, 2023)

이 시스템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멈출 수 없는 리듬’을 설계한다.
그리고 사용자는 자기 의지로 그것을 멈출 수 없게 된다.

무료는 없다 – 중독은 결국 결제를 유도한다

“무료 앱이에요.”
“그냥 보는 거니까요.”

하지만 중독형 플랫폼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사용자는

  • 시간을 내주고,
  • 주의를 내주고,
  • 감정을 반복해서 반응하며
    자신도 모르게 ‘지속적 마이크로 결제’를 수행한다.

배달앱은 ‘3천 원 할인’으로 입장을 유도하지만,
배송비·포장비·옵션이라는 감정적 허들로 추가 결제를 이끌고,
쇼핑앱은 ‘무료배송’이지만,
1만 원만 더 구매하세요라는 도전을 건다.

중독은
직접 결제를 유도하지 않지만,
감정적 누적을 통해 ‘다음 결제’를 낳는 구조다.

감정의 도핑 – 자극과 보상 사이에 숨어 있는 장치들

중독형 플랫폼은
사람의 감정을 이해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의도적으로 자극한다.

  • 넷플릭스는 5초 내 다음 화 자동 재생
  • 유튜브는 ‘자동재생’ 버튼을 켜놓고 시작
  • 쿠팡은 ‘최근 본 상품’과 ‘놓치면 후회할 상품’을
    감정적으로 배열한다

이 장치들은 모두
‘다음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감정 도핑 장치’다.
사용자가 스스로 ‘지속성’을 선택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드는
정교한 심리 장치들이다.

중독은 나쁜 것이 아니라, 본능 위에 설계된 것

중독형 비즈니스는
사람의 나약함을 겨냥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이 본래 가지는 반복성, 보상성, 피로감 회피 본능
정교하게 읽어내고,
그 위에 비즈니스 모델을 얹은 것이다.

이 비즈니스는
의존할수록 반복이 늘어나고,
반복이 늘수록 이탈이 줄어들며,
이탈이 줄수록 데이터가 축적된다.

그리고 그 데이터는
다음 중독을 더 정밀하게 설계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

이 시장은 절대 멈추지 않는다.
중독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식으로 리포장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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