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⑩]
편리함은 게으름을 설득하는 최고의 말이다시간이 귀해질수록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낸다

[망하지 않는 본능경제 ⑩] <br>편리함은 게으름을 설득하는 최고의 말이다<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7px; margin-bottom:20px;'>시간이 귀해질수록 사람은 생각보다 더 많은 비용을 낸다</span>

“그냥 누르면 돼요. 문 앞까지 와요.”
“귀찮아서 시켰어요.”
“사실 직접 하면 싸긴 한데, 그냥 그게 편해서요.”

사람은 본능적으로 게으름을 합리화할 언어를 찾는다.
그리고 그 언어는 이제 ‘편리함’이라는 상품 이름으로 팔린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단축하려고만 소비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움직이지 않아도 되도록,
정리하지 않아도 되도록
비용을 낸다.

이 비용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삶의 리듬 전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청구된다.
그리고 그 청구서에는
‘시간’ 대신 ‘편리함’이라는 감정이 붙어 있다.

 

편리함은 ‘시간 단축’이 아니라 ‘의사결정 회피’를 판다

사람들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배달앱을 켜는 게 아니다.
“무엇을 먹을까”라는 피로한 선택에서
스스로를 해방시키기 위해 버튼을 누른다.

그들이 원하는 건
빠른 음식이 아니라
결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다.

  • 넷플릭스의 자동 추천
  • 쿠팡의 ‘이 상품과 함께 구매한 제품’
  • 배달의민족의 ‘AI 맞춤 메뉴’

이 모든 구조는
‘당신이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는 유혹을 제공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돈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요금’이다.

똑같은 상품이라도, 더 비싸게 결제되는 이유

사람은 알고 있다.
마트에서 사면 더 싸다는 걸.
직접 하면 더 효율적이라는 걸.

그런데도
쿠팡 로켓배송, 배달의민족, 네이버 장보기를 선택하는 이유는
‘편리함’이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감정적 비용을 줄이는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3년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결제 금액의
약 42%는 “즉시배송·당일배송·예약배송 등
편리함 프리미엄이 포함된 주문
이었다.
(출처: 통계청 · 산업통상자원부 공동 발표)

같은 물건을
더 빨리, 더 쉽게, 더 가볍게 소비하고 싶어하는 감정
그 감정이 결제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편리함은 중독보다 무섭다 – 익숙함이 되면 끊을 수 없다

편리함은 한 번 누리면 돌아갈 수 없는 감정이다.
처음엔 ‘한 번쯤’이었지만,
이내 ‘없으면 불편한 시스템’이 되고,
나중엔 ‘없으면 살 수 없는 구조’가 된다.

  • 배달음식은 “오늘만”에서 “주 4회 기본”이 되고
  • 로켓배송은 “급할 때”에서 “살 때는 무조건 쿠팡”이 된다
  • 드라이브스루는 “바쁠 때”에서 “굳이 안 내려도 되는 게 표준”이 된다

이 편리함은
‘선택지의 확장’이 아니라
‘선택지의 축소’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착된다.

그래서 소비자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다.
그냥, 습관처럼 돈을 낸다.

편리함의 가격은 시간이 아니라, 통제권이다

우리가 돈을 내는 건
단지 ‘빠른 것’이 아니다.
나의 삶을 내가 통제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이다.

AI 스케줄러가 일정을 대신 정해주고,
플랫폼이 콘텐츠를 대신 골라주며,
정기배송이 생필품을 집 앞에 놓아준다.

이 편리함의 비용은
삶의 복잡도를 줄여주는 것 같지만,
실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줄여간다.

그리고 그 줄어든 영역은
다음 결제를 유도하는 감정의 공백으로 남는다.

편리함은 게으름이 아니다 – 감정의 가장 세련된 변형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것은
게으름 때문이 아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결정하고,
너무 많은 피로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 시대의 편리함 산업은
그 ‘감정적 과부하’를 읽고 설계된다.

  • 건강관리도 자동
  • 장보기 자동
  • 구독 결제 자동
  • 운동도 루틴 추천
  • 수면 패턴도 기록 분석

이 모든 것이
우리는 당신의 삶을 대신 생각해주겠습니다”라는
정교한 감정 설계다.

그리고 그 설계는
지금보다 더 넓은 시장을,
더 비싼 프리미엄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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