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모르게 늘 허전해요.”
“다 채운 것 같은데, 어딘가 비어 있는 느낌이에요.”
“갖고 나면 또 다른 게 눈에 들어와요.”
사람은 배부를 수는 있어도
충분하다고 느끼기는 어렵다.
결핍은 생존을 위해 진화한 감정이고,
욕망은 그 결핍의 그림자다.
배고픔이 음식 산업을 만들었고,
사랑받고 싶은 욕망은 미디어와 SNS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감정은
단 한 번의 결제로 끝나지 않는다.
충족된 줄 알았던 감정은 금세 허물어지고,
‘또 다른 결핍’을 마주하게 만든다.
이러한 구조는
단발성이 아니라 반복구매를 유도하는 감정적 순환 시장,
즉 ‘결핍 기반 경제’를 만들어낸다.
결핍은 재고가 없지만,
수요는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가장 견고한 시장의 연료다.
결핍은 기억 속에 남고, 감각보다 오래 간다
심리학자 에드워드 디시(Edward Deci)는
“인간의 동기에는 내재적 동기와 외재적 동기가 있으며,
결핍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작동시킨다”고 말했다.
즉,
‘갖고 싶어서’ 사는 것과
‘안 갖고 있으면 불안해서’ 사는 것
모두 결핍에서 비롯된다.
더 무서운 건
이 결핍이 실체 없는 감정일수록 오래간다는 점이다.
- 뚜렷한 원인이 없는 외로움
- 끝없이 비교되는 자존감
- 채워지지 않는 자기 효능감
이런 ‘이유 없는 부족함’은
정확히 정리할 수 없기에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며,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로 이동한다.
충족은 짧고, 결핍은 길다 – 감정 지속성의 불균형
물건을 사면
그 순간은 채워진 듯하다.
그러나 그 감정은 하루를 넘기지 못한다.
실제로
2023년 소비심리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소비자의 68%가
구매 후 3일 내 ‘기대 이하’의 만족도를 경험하며,
28%는 ‘비슷한 대체 상품’을 바로 검색했다.
(출처: 소비자트렌드연구소)
즉, 만족은 상품에 있지 않고
감정의 한계에 있으며,
결핍은
그 만족의 틈을 다시 벌려
새로운 결제를 유도한다.
이것이
“가장 만족스러웠던 쇼핑 경험”이
기억 속에서만 살아 있는 이유다.
감정의 결핍은 명확할수록 잘 팔리고, 모호할수록 더 오래 팔린다
- “당신은 지금 충분히 행복하신가요?”
- “요즘 나 자신에게 만족하나요?”
- “혹시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고 있지는 않나요?”
이런 문장은
제품을 직접 언급하지 않지만,
사람 안에 있던 모호한 결핍을 자각시킨다.
그리고 그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은 뭔가를 찾아 나선다.
이러한 구조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정신건강 서비스, 자기계발 콘텐츠,
코칭 프로그램, 심리상담 플랫폼 등
상품보다는 경험과 상태를 파는 시장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한다.
결핍은 컨텐츠에 스며든다 – 계속 클릭하게 만드는 이유
디지털 미디어는
사용자에게 계속해서 “당신은 아직 부족하다”고 말한다.
- “이걸 모르면 안 된다.”
- “성공한 사람들은 이걸 다 한다.”
- “지금 안 하면 늦는다.”
- “당신의 진짜 자아를 찾는 3가지 방법”
이 콘텐츠는 정보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내 안의 ‘애매한 결핍’을 활성화시킨다.
그리고 그 결핍은
영상 다음 영상,
글 다음 글,
링크 다음 링크로 이어진다.
그 안에서 사람은
해결책이 아닌 ‘다음 시도’를 결제한다.
결핍은 나쁘지 않다 – 단지 멈추지 않을 뿐이다
결핍은
문제도 아니고
치유해야 할 질병도 아니다.
그건 인간 존재의 조건이며,
욕망의 원천이자,
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자극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 결핍을
끊임없이 상업화하고,
제품과 결합시키며,
감정적 누수에 빠르게 반응하도록 설계하는 순간,
그 감정은 ‘시장에 의존하는 소비 사이클’로 변한다.
그리고 그 사이클은
멈추지 않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낸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Job談 -잡담할까요? 브랜딩, 마케팅, 유통과 수출 그리고 일상다반사까지 잡담하고 싶은 사업자, 창업자, 청년기업, 여성기업, 프리랜서 → E-mail: brian@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