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성만수(蟬聲滿樹)” ― 매미 소리가 가득한 나무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의 시 「산행(山行)」이나, 고대의 여름 시가에서 매미는 자주 등장한다. 매미는 땅속에서 긴 시간을 보낸 뒤, 여름 한철 나무에 매달려 울고 사라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그 울음을 덧없는 삶, 혹은 지나간 세월의 회상과 연결했다. 매미 소리가 나무를 가득 메우는 순간, 오히려 고요 속의 공허가 깊어진다.
여름 오후, 산길에 들어서면 나무마다 매미 소리가 진동한다. 가지마다 붙은 듯한 울음소리는 처음엔 시끄럽게만 들리지만, 이내 귓속에 스며들어 묘한 울림을 남긴다. 나무 아래에 서 있으면, 그 웅성거림 속에서 오래전 떠난 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여름마다 함께 땀 흘리던 벗, 이미 세상을 떠난 스승,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청춘의 날들. 매미 소리는 현재를 살고 있으면서 동시에 과거를 부르는 목소리다.
삶도 그렇다. 우리가 지금 사는 날들은 크게 특별하지 않은 듯하지만,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잎사귀마다 매달려 울고 있는 기억처럼 생생하다. 매미는 긴 땅속의 시간을 견딘 뒤 비로소 세상에 나온다. 인간의 삶도 마찬가지다. 오랜 기다림과 준비, 보이지 않는 시간이 쌓인 뒤에야 잠깐의 울음과 빛을 얻는다. 그러나 그 울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여름 끝 무렵, 소리는 사라지고 껍질만 나무에 남는다.
선성만수는 그래서 단순한 여름 풍경의 묘사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짧음, 그리고 기억의 길음을 동시에 말한다. 나무 가득한 울음소리 속에서 우리는 사라져간 사람을 떠올리고, 지금 곁에 있는 이를 더 아끼게 된다.
오늘 당신이 듣는 소리는 무엇인가. 귀를 메우는 소란일 수도 있지만, 마음속에는 이미 지나간 이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블루에이지 회장;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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