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 소비 시대의 새로운 종교몰락한 신전에서 솟아난 새로운 제단

당신이 마지막으로 교회에 간 것은 언제인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타벅스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을 찍은 것은 언제인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간격이 바로 우리 시대의 종교적 지형 변화를 보여준다. 전통적 종교가 쇠퇴하는 자리에 새로운 형태의 영성이 자라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경험 소비’라는 이름의 세속 종교다.

MZ세대에게 있어 소비는 더 이상 단순한 구매 행위가 아니다. 그들은 게임에서 MOD(모드)를 만들듯 기존의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교회가 제공하는 일방적 신앙 경험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 이들에게, 브랜드는 새로운 형태의 구원을 약속한다.

소비 사원에서 드리는 미사
장 보드리야르가 간파했듯, “소비는 이제 집단적·개인적 정체성 의식을 구성하는 상징적인 과정이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더 이상 단순한 구매 장소가 아니라 ‘소비사회의 예배당’이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구매와 소비행동을 통해 ‘거룩을 경험하는 수단’을 찾는다.

스타벅스에서 2만원짜리 커피를 마시는 행위를 보라. 그것은 단순히 카페인 섭취가 아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나만의 공간’이라는 성소를 임대하고, ‘자기 표현’이라는 의식을 치른다. 매장 곳곳에 배치된 아이템들은 성구처럼 당신의 정체성을 확인해준다.

애플 스토어의 경험은 더욱 종교적이다. 제품 기능보다 ‘브랜드 경험’에 중점을 둔 매장 설계는 마치 순례자를 위한 성전과 같다. 당신이 아이폰을 사는 순간, 그것은 기기 구매가 아니라 애플교 신도로서의 입교식이다.

미닝아웃: 새로운 시대의 신앙고백
MZ세대의 ‘미닝아웃(meaning out)’ 현상은 현대판 신앙고백이다. SNS 해시태그로 자신의 신념을 드러내고, 패션을 통해 가치관을 표현하며, 소비를 통해 정체성을 구성한다. 이들에게 제품 구매는 단순한 거래가 아니라 “나는 이런 사람”이라는 존재론적 선언이다.

파타고니아를 입는 것은 옷을 사는 게 아니라 환경운동가로서의 정체성을 선택하는 것이다. 비건 화장품을 쓰는 것은 제품 소비가 아니라 동물권에 대한 신념 표명이다. 이들은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은 비싸고 그 기능과 품질은 다소 떨어질지라도 자기 신념과 가치관에 부합하는 제품을 구매함으로써, 신념과 가치관을 표출”한다.

이는 전통적 종교에서 헌금이나 봉사를 통해 신앙을 실천하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다만 교회 대신 브랜드가, 목사 대신 인플루언서가 그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영성 혁명
코로나19 이후 가속화된 디지털 종교 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미국 밀레니얼 세대의 41%, 캐나다의 29%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종교적 또는 영적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한다. 이들에게 목회자와의 채팅방, 온라인 설교, 종교적 소셜미디어 콘텐츠는 전통적 예배를 대체하는 새로운 영성 체험의 통로다.

하지만 더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전통적 종교 기관을 우회하면서도 여전히 종교적 욕구를 충족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그들이 찾는 것은 일방적 교리 전수가 아니라 상호적이고 관계적인 영성 경험이다. “어떻게”와 “왜”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브랜드교의 교리와 의식
“브랜드란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따라서 가치와 감정을 공유하며 신념으로 진정성을 느껴야 한다”. 이 정의에서 ‘브랜드’를 ‘종교’로, ‘가치와 감정 공유’를 ‘신앙 공동체’로 바꿔보라. 완벽하게 일치한다.

애플 매니아들이 신제품 출시일을 기다리는 마음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신자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 애플은 “끊임없이 변하지 않는 가치를 연결시킨 브랜드”이며, ‘Revival(회복, 재생, 소생)’이라는 종교적 생명을 가진 존재다.

어떤 사람에게 소니는 한물간 브랜드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부활을 꿈꾸는 브랜드다. 이는 순전히 주관적이고 신앙적인 영역이다. 브랜드도 종교처럼 “주관적”이다.

소유에서 순환으로: 새로운 구원론
2025년 MZ세대의 소비 패턴에서 눈에 띄는 것은 ‘소유보다 순환’이라는 가치관이다. 리셀, 렌탈, 중고 소비의 확산은 단순한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선다. 그것은 물질적 축적을 통한 구원이 아닌, 순환과 공유를 통한 새로운 구원론을 제시한다.

이들 중 70%가 1년에 2회 이상 리셀·중고 거래를 경험하며, “렌탈·중고가 더 합리적이고 힙하다”고 인식한다. 이는 기존 자본주의의 축적 논리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다. 소유를 통한 정체성 확인이 아니라, 순환을 통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윤리관의 출현이다.

경험 경제의 어두운 그림자
하지만 우리는 이 새로운 종교의 그림자를 직시해야 한다. 소비를 통한 정체성 구성은 필연적으로 계급 재생산을 동반한다. 에레혼에서 3만원짜리 물을 살 수 있는 사람과 그럴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구분은 단순한 경제적 격차를 넘어선다. 그것은 ‘영적 구원’에 대한 접근권의 차이다.

미닝아웃 소비가 확산될수록, 올바른 가치관을 가졌음을 증명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도덕적으로도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힐 위험이 있다. 환경을 생각한다면서 비싼 유기농 제품을 사야 하고, 인권을 중시한다면서 페어트레이드 상품을 구매해야 한다는 압박은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배제를 만들어낸다.

진정한 영성을 향한 실천적 대안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소비 종교의 허상을 똑똑히 봐야 한다. 브랜드가 제공하는 의미와 정체성은 궁극적으로 시장 논리에 종속되어 있다. 진정한 영성은 구매력으로 증명되지 않는다.

교회와 종교 기관들은 MZ세대의 변화된 영성 욕구를 이해해야 한다. 일방적 교리 전수가 아니라 “파트너, 안내자, 조력자, 촉진자”가 되어 청년들이 스스로 ‘어떻게’와 ‘왜’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기업과 브랜드들은 자신들이 제공하는 ‘영성’에 대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가치 소비를 부추기되 그것이 사회적 배제의 도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프리미엄 라인과 함께 접근 가능한 제품군도 개발해야 한다.

개인 차원에서는 소비를 통한 정체성 구성의 한계를 인식하고, 더 근본적인 가치와 관계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완벽한 사진보다, 진정한 만남과 성찰의 시간이 더 중요하다.

새로운 성전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면
경험 소비 시대의 새로운 종교는 분명 기존 종교가 제공하지 못했던 개인화되고 상호적인 영성 체험을 선사한다. 하지만 그것이 진정한 구원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오히려 더 정교한 형태의 사회적 통제와 계급 재생산의 도구가 될 위험이 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소비 종교를 맹목적으로 거부하는 것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 안에서 진정한 가치를 분별하고, 배타적이지 않은 새로운 영성의 길을 찾는 것이다.

당신이 다음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 혹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를 채울 때, 이 질문을 해보라. “나는 지금 무엇을 구매하고 있는가? 제품인가, 아니면 정체성인가?” 그 답에서 우리 시대의 진정한 영성이 시작될 것이다.

 

경험 소비 시대에 전통 종교가 쇠퇴하면서 브랜드와 소비가 새로운 종교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MZ세대는 미닝아웃을 통해 소비로 신념을 표현하며,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영성을 추구한다. 스타벅스, 애플 등은 제품이 아닌 정체성과 경험을 판매하는 현대판 성전이 되었다. 하지만 소비를 통한 정체성 구성은 계급 재생산과 사회적 배제의 위험을 내포한다. 진정한 영성은 구매력이 아닌 근본적 가치와 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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