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술관에서 본 미완성 조각상이 떠오른다. 팔이 부러진 밀로의 비너스, 완성되지 않은 미켈란젤로의 노예상들. 그들은 왜 ‘미완’의 상태로도 우리에게 깊은 감동을 주는 걸까?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많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불완전함이 역설적으로 더 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우리의 행복도 그렇지 않을까?
“인생은 완성이 아니라 과정이다”라고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말했다. 그의 말처럼 행복이란 어떤 고정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를 찾아온다.
행복의 정량화에 대한 환상
현대사회는 행복을 수치화하려 든다. 연봉 얼마, 집 몇 평, 차 몇 대… 마치 행복이 정량적으로 측정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져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 그런 방식으로 채워질 수 있을까?
나는 종종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그것은 대개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 우연히 만난 오랜 친구와의 대화, 비 오는 날 창가에서 마시는 따뜻한 차 한 잔, 아이가 처음 내 이름을 불렀을 때의 그 순간. 이런 행복들은 ‘미완’이었다. 완벽하게 설계되지 않았고, 정해진 분량도 없었다.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이를 ‘몰입(flow)’이라 불렀다. 우리가 어떤 활동에 완전히 빠져들 때 느끼는 그 상태, 시간의 흐름도 잊고 자아마저 잊게 되는 그 순간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상태라고 했다. 그 상태는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라 계속 흘러가는 것이다.
행복의 불완전한 조각들
“인생은 완벽해지기 위한 것이 아니라 완성되기 위한 것이다”라고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말했다. 완벽함과 완성됨은 다르다. 완벽함은 결점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완성됨은 그 자체로 온전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의 행복도 마찬가지다. 미완의 행복이란 결국 ‘과정 중의 행복’이다. 목표를 이루었을 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등산을 할 때 정상에 올랐을 때만 행복한 것이 아니라, 오르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풍경과 느끼는 감정들 속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불완전함이 주는 아름다움
일본의 ‘와비사비(侘寂)’ 미학은 불완전함, 일시성, 불규칙성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깨진 도자기를 금으로 메우는 ‘긴츠기’ 기법처럼, 결함이나 상처가 오히려 그 사물의 역사와 가치를 더해준다고 본다.
우리의 행복도 그런 것은 아닐까? 완벽하게 채워지지 않은 빈 공간이 있기에, 우리는 계속해서 새로운 행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모든 것이 완벽하게 채워진 삶이라면,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고 꿈꿀 수 있을까?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 카뮈는 “행복은 단순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것이다”라고 했다. 행복이 위대한 이유는 그것이 완벽하기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함 속에서도 빛나기 때문이다.
행복의 재정의, 과정으로서의 행복
행복을 목적지가 아닌 여정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양으로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매 순간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으로 말이다.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은 “행복은 추구할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라고 했다. 행복을 쫓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일, 만나는 사람들, 경험하는 감정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미완의 행복. 그것은 부족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기에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는 여백이다. 정해진 틀에 갇히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우리 삶의 본질에 더 가까운 행복의 형태다.
우리는 미완의 행복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그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진정한 행복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행복은 정해진 시간과 양으로 채워지는 완성된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가는 과정이다. 현대사회는 행복을 수치화하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계획되지 않은 순간에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처럼, 행복은 완벽함이 아닌 완성됨에 가깝다. 일본의 와비사비 미학처럼 불완전함에서 아름다움을 찾듯, 미완의 행복은 부족함이 아닌 가능성이다. 행복을 목적지가 아닌 여정으로 바라볼 때, 우리는 매 순간 행복을 발견하고 창조해나갈 수 있다.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때 진정한 행복에 더 가까워질 수 있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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