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은 미덕이 아니다시간은 없지 않다, 다만 쓸데없이 흘려보낼 뿐이다

바쁨은 미덕이 아니다<span style='font-size:18px; display: block; margin-top:7px; margin-bottom:20px;'>시간은 없지 않다, 다만 쓸데없이 흘려보낼 뿐이다</span>

“바빠서 시간이 없어요.”
정말 그럴까? 아니, 그렇게 믿고 싶은 건 아닐까?

사람들은 시간이 부족해서 허덕이는 게 아니다. 시간의 주인이 아니기 때문에 늘 쫓기듯 살아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새벽 3시 반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지만, 그 하루는 넉넉하다. 회의와 미팅이 몰려 있어도 정신은 어지럽지 않다. 만나야 할 사람과 만나고, 피해야 할 관계는 애초에 걸러낸다.

나는 약속을 몰아서 잡는다. 하루의 흐름을 내가 먼저 설계한다. 운전 중에는 유튜브나 오디오북을 듣고, 의미 없는 대기 시간엔 강의로 내 세계를 다진다. 누구나 하루 24시간이라는 평등한 자산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고 설계하느냐는 전적으로 각자의 몫이다.

모두가 바쁘다고 말하지만, 과연 모두가 진짜 바쁜 건 아니다. 바쁜 척하며 중요한 것을 놓치는 사람들이 있다. 반면, 소란 속에서도 고요를 선택하며 중심을 지키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이 간극은 점점 뚜렷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람이다. 하지만 누구나 만나지는 않는다.

나는 사람을 가려서 만난다. 나를 이용하려는 사람, 피상적인 이익만을 좇는 사람, 감정노동만 유발하는 사람과의 미팅은 애초에 달력에 올리지 않는다. 더 이상 아무 곳이나 기웃거리며 시간을 소모하지 않는다. 미팅도 선별해서 잡는다. 이건 오만이 아니라 현실주의다. 시간은 유한하고, 에너지는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이 가는 사람, 마음이 따뜻한 분들의 초청은 다르다. 일이 사소하든, 거리가 멀든 마다하지 않는다. 왜일까? ‘나와 너’라는 관계가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지는 순간,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무의미해진다. 함께 있으면 생각이 자라고,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사람이라면 언제 어디서든 기꺼이 시간을 낸다.

그렇게 선택된 만남은 결코 쫓기듯 이루어지지 않는다. 충분히 듣고, 깊이 나눈다. 내가 아는 것을 다 준다고 해서 아깝지 않다. 누군가가 내 삶에 진심으로 들어왔다면, 나는 그를 위해 시간과 마음을 아낌없이 쏟는다. 이것이 바로 ‘관계의 품격’이며, 내가 지키는 관계의 윤리다.

그런 삶의 리듬을 지니면, 오히려 시간이 늘어난 듯한 여유를 느끼게 된다. 시간관리를 철저히 하면 할수록 시간이 풍성해진다. 영화도 많이 보고, 드라마도 자주 본다.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시간에 쫓기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시간의 역설이다. 급하게 사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부족하고, 천천히 사는 사람일수록 시간이 넉넉하다. 물리학의 상대성 이론이 시간에도 적용되는 셈이다.

진정한 만남의 순간에는, 내가 가진 정보와 경험, 통찰을 아낌없이 나눈다. 이것은 시혜가 아니다. 교환이다. 나눔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인 학습법 아닌가?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시간을 설계하고 있다는 감각이다.

시간을 아낀다고 해서 인간관계를 소홀히 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진짜 소중한 사람들과의 깊은 만남을 위해, 불필요한 일정을 과감히 덜어낸다. 이것이 나의 시간관이며, 나의 삶을 지탱하는 기준이다.

오늘날의 사회는 바쁨을 일종의 성공 척도로 만들어 놓고, 우리를 시간의 노예로 만든다. 하지만 진정한 시간관리는 선택과 집중이다.
50대에 접어들며 깨달은 것은 단순하다. 약속을 몰아서 잡고, 관계를 큐레이션하며, 깊이 있는 만남에 집중할 때 오히려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는 점이다.

시간의 블록화, 관계의 기준 설정, 이동시간의 활용, ‘바쁨’이라는 허상을 걷어내고 ‘우선순위’로 전환하는 실천—이런 과정을 통해 시간의 주권을 되찾고, 관계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시간관리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철학이다. 그리고 관계의 깊이는 삶의 진정한 가치를 완성하는 핵심이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 나는 약속을 몰아서 잡고, 이동 중에도 자기계발을 하며, 진심이 가는 관계에만 시간을 쓴다. 쫓기지 않고 살아가는 비결은 시간의 주인이 되는 것, 그리고 관계를 정제하는 데 있다. 바쁨이 아니라 여백을 설계할 때, 삶의 품격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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