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시몬과 페로> <레이디 고다이바>

본질을 알아야 세상이 보인다 <시몬과 페로> <레이디 고다이바>

루벤스 <시몬과 페로>

존 콜리어 <레이디 고다이바>

교만과 아집 그리고 편견을 버려야만 세상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만큼 본질을 알게 되고 시각도 달라지게 되죠.

루벤스가 여러 번 즐겨 그렸던 < 시몬과 페로 >는 한 번 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림입니다.

망측하게도 노인이 젊은 여성의 가슴에 입을 대는 이 그림은 자칫 춘화로 오해받을 수 있습니다.

남성은 바로 시몬이고 가슴을 드러낸 여성은 페로인데, 이 두 사람은 뜻밖에도 부녀지간입니다.

아버지 시몬이 감옥에 갇혀 굶겨 죽는 벌을 받게 되자 면회를 간 딸 페로가 아버지를 살리려고 몰래 모유를 먹인 것이죠.

알고 보니 효성 지극한 딸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고대 로마의 역사가인 발레리우스 막시무스가 쓴 책 <기념할 만한 행위와 격언들>에 전하는 이 이야기는 서양 화가들이 즐겨 그린 소재였고, 루벤스는 바로크 양식으로 웅대하게 그려냈습니다.

존 콜리어의 작품 <레이디 고다이바>는 나신이 여인이 말을 타고 있습니다. 애마부인도 아니고 말이죠.

주인공은 11세기 중세 영국 코벤트리시의 영주였던 레오프릭 3세의 부인인 고다이바(Godiva).

레오프릭은 당대의 가혹한 탐관오리로, 고다이바는 그런 남편의 처사를 부당하게 여기고 항의하자 남편은 나체로 말을 타고 다닌다면 세금 수탈을 거두겠다라 선언합니다.

고다이바 부인이 거사를 치르던 날. 감동한 주민들은 그녀를 보지 않기 위해 집집마다 커튼을 내리고 엄숙하게 부인의 순례를 도왔습니다.

다만 재단사 톰만이 그녀를 훔쳐보다 실명하게 되는 저주를 받았고, 이후 관음증 환자를 의미하는 엿보는 톰(Peeping Tom)이란 단어가 여기서 유래하게 되었습니다.

영국화가 존 콜리어는 고다이바 부인의 전설을 서정적 필체로 풀어냈습니다.

그의 작품에선 말을 탄 부인의 눈부신 나신이 요염하기보다 성스러운 빛을 애잔하게 내뿜는 것만 같습니다.

시기적으로는 라파엘전파에 속하지만, 단정하고 이상적인 미를 추구하는 신고전주의의 화풍을 보이는 그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인터넷에는 시몬과 페로에 대해 푸에르토리코의 독립영웅이 독립 운동 중 잡혀 구감되어 딸이 그녀의 젖을 굶고 있는 아버지에게 먹인다는 내용이 이곳 저곳에 나와 있는데요. 고결하고도 숭고하며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사실 시몬은 남미 푸에르토리코 사람도 아닌 고대 로마인입니다. 시대적으로나 인물 설정이나 모두 틀린 예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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