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은 안에서 타고 있었다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지 말기

화를 잘 내지 않는 사람이 있다.
화를 안 내는 게 아니라,
화를 조용히 태우는 사람이다.

말 대신 침묵으로,
호통 대신 눈빛으로,
그는 매번 그 불을 안에서 끌어안는다.

누군가는 그를 무던하다 하고,
누군가는 답답하다 여긴다.
하지만 그 안에 불이 없었던 건 아니다.

불은 있었다.
다만 들리지 않게, 보이지 않게,
타닥타닥 아주 작은 소리로
안에서 천천히 타고 있었을 뿐이다.

그는 안다.
감정이란 건 한번 꺼내면,
돌아올 자리를 잃는다는 걸.
세게 터뜨린 말은 남고,
내가 아닌 상처로 흩어진다는 걸.
그래서 그는 속으로 삼킨다.
화는 삼키면 병이 된다고들 하지만
그는 알았다.
무턱대고 쏟아낼 때 더 큰 병이 찾아온다는 걸.

분노는 성격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말하지 않는 쪽을 고르는 사람.
무너뜨리기보단 지나가는 쪽을 택하는 사람.
그건 비겁함이 아니라 절제였다.
자신을 지키는 방식이었고,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기술이었다.

불은 조용히 탔다.
태우지 않기 위해.
무너지지 않기 위해.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기 위해.

그런 사람을
쉽게 판단하지 않기를.
그는 지금도, 조용히 타오르는 중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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