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언제부터 신을 만들었을까?
정확히는 모르지만,
신을 위한 공간을 만든 순간,
우리는 그 자리에 머무르고, 모이고, 경배하기 시작했다.
괴베클리 테페는 신의 형상을 새긴 최초의 성소였고,
수메르의 지그우라트는 신이 내려오는 계단이었다.
이집트의 신전은 죽은 파라오를 신으로 기리는 무대였으며,
황허 문명의 사당은 조상을 신격화한 권력의 통로였다.
그 모든 신전은
기능보다 상징이 앞섰고,
이성보다 의례와 감정의 질서가 우선이었다.
이제 우리 시대는
다른 신을 믿는다.
이름은 다르지만, 의례는 비슷하다.
우리는 쇼핑몰로 향한다.
그 안엔 반복되는 구조가 있다.
입구는 ‘현관문’처럼 장엄하고,
내부는 동선을 따라 ‘순례의 여정’을 흉내 낸다.
계단 위 VIP 라운지는 ‘성소’,
계산대는 ‘제단’처럼 우리를 멈추게 한다.
스타벅스의 공간을 떠올려보라.
낮은 조도, 따뜻한 우드 톤,
벽면의 신화 같은 브랜드 이야기들.
그곳에서 우리는 주문을 한다.
작은 성배 같은 종이컵을 들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기다린다.
이것은 커피를 마시는 일이 아니다.
자신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다.
“나는 이 브랜드의 언어를 아는 사람이다.”
“나는 이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브랜드는
오늘날의 종교가 되었다.
로고는 마치 성스러운 문장처럼,
우리의 믿음과 정체성을 대변한다.
나이키는 ‘의지’와 ‘속도’의 상징이고,
애플은 ‘간결함’과 ‘혁신’의 미학이며,
루이비통은 ‘희소성’과 ‘계급감’의 은유다.
소비는 더 이상 물건을 얻는 일이 아니다.
소비는 선택을 통한 선언이며,
가치에 대한 입장 표명이자,
집단에의 소속 확인 행위다.
고대의 제사가 곡물과 짐승을 바치며
공동체의 안녕을 빌었다면,
지금 우리의 소비는
카드와 포인트를 바치며
자기만의 ‘의례적 정체성’을 완성한다.
문명은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은 감정을 설계한다.
그리고 그 감정은,
반복을 통해 신념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묻는다.
당신이 들어서는 공간은 어디인가?
당신이 소비하는 것은 물건인가, 아니면 신념인가?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경배하고 있는가?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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