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려 있는 광장은 누구의 무기가 되는가
광장은 권력의 중심이었다.
아테네 시민들이 모여 국가의 중대사를 결정하고, 프랑스 혁명군이 바스티유 감옥으로 향하던 길목, 1980년 광주의 전남도청 앞마당과 1987년 서울의 명동성당까지— 광장은 민주주의의 현장이자, 민심이 모이는 물리적 공간이었다.
그리고 오늘, 그 광장이 디지털로 옮겨졌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유튜브, 틱톡.
모두가 함께 말하고, 함께 보는 이 공간에서 우리는 묻는다.
SNS는 현대판 광장인가? 아니면 여론을 조작하는 도구인가?
SNS의 약속: 모두의 목소리가 닿는 곳
SNS는 정보의 평등한 접근과 발신을 가능하게 했다.
누구나 기자가 되고, 누구나 관찰자가 된다.
정보는 속도와 파급력에서 기존 미디어를 압도하며,
정치, 문화, 상업의 모든 영역에서 민심의 실시간 온도를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되었다.
- 아랍의 봄은 SNS에서 불붙었고,
- 미얀마의 시민들은 SNS로 저항을 외쳤으며,
- 한국의 촛불집회 또한 SNS로 조직되고 확산되었다.
이 모든 사례는 SNS가 민주주의의 수단, ‘디지털 광장’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권력의 통제를 벗어난 공간,
모두가 발언하고, 모두가 판단하는 곳—그것이 SNS가 약속한 ‘광장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광장은 누구의 것인가?
이 이상적인 광장은 완전히 열려 있는가?
여기서 문제는 시작된다.
SNS는 철저히 민간 플랫폼 기업의 통제 하에 운영되는 구조다.
- 검색 결과의 노출, 알고리즘의 우선순위, 계정의 정지 및 검열—
이 모든 것이 사용자가 아닌 플랫폼의 손에 달려 있다.
그리고 알고리즘은 중립적이지 않다.
사람의 관심을 끌기 위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우선 노출하며,
확증 편향과 집단 극화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광장의 운영자는 보이지 않는 조종자이고,
그 조종자는 광장을 수익과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한다.
여론 조작 도구로서의 SNS: 목소리의 과잉과 진실의 실종
SNS는 민주주의의 가능성이자,
동시에 가장 강력한 여론 조작 도구가 되었다.
- 봇과 가짜 계정: 자동화된 계정이 여론을 조작하고,
- 해시태그 조작과 댓글 테러: 여론을 왜곡하며,
- 딥페이크와 가짜뉴스: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흐린다.
소수의 기술 집단이 다수의 의견처럼 가장하는 조작,
혹은 감정의 자극만으로 진실을 덮어버리는 선동이
SNS에서 매일 벌어진다.
모두가 말하는 공간은, 모두가 속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브랜드와 정치, 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브랜드는 이 SNS라는 광장에서
어떻게 신뢰를 구축하고, 소비자와 연결될 것인가?
- 진정성과 일관성: 브랜드는 소음 속에서 진짜 목소리를 가진 존재가 되어야 한다.
- 투명한 소통과 신속한 대응: 실시간 반응의 SNS에서는 숨기기보다 드러내는 것이 신뢰를 만든다.
- 커뮤니티 구축: 단발성 콘텐츠보다, 팬덤과 커뮤니티 기반의 소통이 브랜드의 생존력을 결정한다.
정치도 마찬가지다.
SNS는 여론의 온도를 측정하는 곳이 아니라, 여론을 가열하거나 얼리는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
SNS는 현대판 광장이자, 조작의 무대다.
이 두 얼굴은 모두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을 분별하는 힘은 사용자와 브랜드, 시민 모두에게 요구되는 책임이다.
열린 광장은 가능성이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희망이 되거나 절망이 된다.
SNS는 민주주의를 확장할 수도, 민주주의를 파괴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 광장에서 말하는 자로 남을 것인가, 조종당하는 자로 남을 것인가?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mail: brian@hyuncheong.kim
www.hyuncheong.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