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반쪽만한 사랑

잭 캘리라는 기자가 소말리아의 비극을 취재할 때의 일이다. 얼마나 기근이 심했던지 기자 일행이 한 마을에 들어갔을 때, 마을 사람 대부분이 죽어있었다. 마을을 돌아보던 기자는 한 작은 소년을 발견했다. 소년의 상태는 매우 참담했다. 온 몸이 벌레에 물려 있었고, 영양실조에 걸려 배가 불룩했다. 머리카락은 빨갛게 변해 있었다.
일행 중 한 사진기자가 과일 하나를 소년에게 주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것을 들고 있을 힘조차 없었다. 기자는 그것을 반으로 잘라서 소년에게 주었다. 소년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고맙다는 눈짓을 하더니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기자 일행이 소년의 뒤를 따랐지만 소년은 알지 못했다. 소년이 마을에 들어섰을 때, 이미 죽은 것처럼 보이는 아이가 땅바닥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년의 동생이었다. 소년은 동생 곁에 무릎을 꿇더니 손에 쥐고 있던 과일을 한 입 베어 그것을 씹었다. 그리고는 동생의 입을 벌리고는 그것을 입 안에 넣어주었다. 그리고는 동생의 턱을 잡고 입을 벌렸다 오므렸다 하면서 동생이 씹도록 도와줬다.
기자 일행은 그 소년이 자기 동생을 위해 보름 동안이나 그렇게 해온 것을 알게 되었다. 며칠 뒤 동생을 돌보던 소년은 결국 영양실조로 죽었다. 그리고 소년의 동생은 살아남았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이야기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순간에도 1억5천만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에 걸려 죽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필요한 최소 영양분을 섭취하지 못해 저체중 등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어린이도 1억5천만명에 이르고 있다.

소액 기부운동이 증가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너무 인색하고 무관심하다. 취지를 설명하고 교회 방문을 요청해도 사람들은 너무도 매몰차게 거절한다. 거절하는 사연도 다양하다. 교회건축이나 시설확장으로 교인들이 부담이 된다는 이유는 양반적이다. 직원회에서 상의해야하니 나중에 연락한다는 핑계도 매우 신사적이다. 교회마다 사정이 있고 신자들의 지갑에서 부담해야 할 여러 가지 것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질서와 체계를 무시하고 무아적인 사랑을 실천하라고 억측을 부리는 것도 아니다. 그 본뜻과 생각, 교회의 방향과 의지가 가난하고 굶주린 영혼들에게 향해있는가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굶어 죽어가는 참담함 속에서도 동생의 입에 사과를 씹어 넣는 소년의 심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교회가 존재해야할 이유가 아닐까?

 

-김현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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