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사기야. 다단계야.” 누군가가 경고를 준다.
하지만 당신은 말한다. “아니야, 이건 진짜야.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야. 내가 직접 확인해봤어.”
그렇게 사람은 또 속는다.
그것이 사랑이든 투자든,
혹은 ‘AI 자동화 1억 수익’이든 간에.
여기엔 단순한 무지가 있는 것이 아니다.
사기성 콘텐츠가 통하는 이유는,
바로 인간의 심리구조 깊숙이 감춰진 편향과 망각의 회로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리석어서 속는 것이 아니다.
너무 ‘인간적’이라 속는 것이다.
1. 확증편향: 내가 믿고 싶은 정보만 수집하는 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란,
자신이 이미 믿고 있는 것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수집하고,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거나 덜 신뢰하게 되는 심리 작용이다.
사기 콘텐츠는 이것을 이용한다.
“당신도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수익 냈습니다”
“후기가 수백 개 있습니다”
이 메시지들은 당신 안에 이미 존재하는 믿음,
‘나도 뭔가 해낼 수 있을 거야’,
‘내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어’라는 희망을 부추긴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믿고 싶은 방향으로 정보를 모으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경고는 ‘질투’로,
부정적인 뉴스는 ‘편견’으로 간주한다.
이때부터 판단은 멈추고,
자기 확신의 연료만 추가된다.
2. 선택적 기억: 실패는 잊고, 기대만 남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인간은 자신이 겪은 일보다,
그 일이 남긴 인상을 더 오래 기억한다”고 말한다.
사기성 콘텐츠를 접한 많은 사람들은
나중에 피해를 겪고도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한때는 꿈꿀 수 있었어.”
“그땐 정말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어.”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다르게 됐을지도 몰라.”
기억은 왜곡된다.
그들은 ‘피해자’가 아니라
‘실패한 참여자’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이렇게 되면 문제는 구조가 아니라 자신에게 있다고 느끼게 된다.
그래서 사기 콘텐츠는 비판받지 않는다.
망각과 후회의 틈새에서 살아남는다.
3. 집단 최면: 박수 속에서 의심은 사라진다
사기 콘텐츠는 혼자 소비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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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의 댓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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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채팅방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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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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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인터뷰 영상…
이 모든 것은 ‘나만 믿는 것이 아니다’라는 착각을 유도하는 집단 최면 장치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라 부른다.
다수가 행동하면, 나도 따라야 할 것처럼 느끼는 본능.
이것이 극단화되면
사람들은 콘텐츠 자체가 아니라
‘그 콘텐츠를 믿고 있는 사람들’을 믿는다.
진실은 사라지고,
‘신념의 에코챔버’만 남는다.
4. 그래도, 속고 싶다: 인간적인 욕망의 그림자
우리는 결국 묻는다.
왜 속으면서도 속고 싶은가?
그 답은 어쩌면 이 한 문장에 담겨 있을지도 모른다.
“희망은 진실보다 따뜻하다.”
현실은 냉정하고,
진짜 성공은 멀고,
지금은 외롭고 힘겹다.
그럴 때 “당신도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은
사실 여부를 넘어,
한 사람의 감정을 어루만지는 마법이 된다.
사기성 콘텐츠는 그것을 안다.
그래서 진실보다 먼저,
희망의 목소리를 낸다.
우리는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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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믿고 있는 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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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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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후기를 내 이야기처럼 착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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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기억을 이야기로 미화하고 있지는 않은가?
사기성 콘텐츠는 감정의 길로 오지만,
지성의 질문으로만 돌아설 수 있다.
냉정함은 찬물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지키는 가장 따뜻한 보호막이다.

블루에이지 회장 · 콘텐츠 기획자 · 브랜드 마스터 · 오지여행가 · 국제구호개발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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